애플 아이폰의 최대 생산 기지인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이 코로나로 폐쇄되면서 최신 아이폰 14 시리즈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이 공장은 아이폰 14의 80%, 프리미엄 제품인 14 프로의 85% 이상을 생산하는 곳으로, 봉쇄 여파로 11월 아이폰 생산량이 3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캐시카우인 아이폰 14 프로 시리즈의 전 세계 공급이 달리는 와중에 중국발 악재가 겹치면서 2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3.73% 급락했다. 11곳에 이르는 애플의 한국 부품 공급 업체들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은 폭스콘 공장이 위치한 허난성 정저우시 산업단지에 대해 2일 정오부터 7일간 폐쇄 명령을 내렸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정저우시에서 코로나 환자가 하루 만에 95명에서 359명으로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대만에 본사를 둔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의 최대 조립 생산 업체로, 정저우 공장이 최대 생산 기지다.
앞서 정저우시는 코로나 확산으로 시 전역을 완전 봉쇄했으나, 폭스콘 공장만은 가동을 허용해온 상황이었다. 아이폰 14 출시 두 달도 안 된 상황에서 폭스콘은 근로자 출퇴근을 금지하고, 외부와 차단한 채 생산을 계속해왔다. 근로자들은 공장에서 숙식하며 아이폰을 생산했다. 하지만 지속되는 봉쇄에 불만을 가진 일부 근로자들이 공장을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짐과 이불을 들고 고속도로와 밀밭을 가로질러 달리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폭스콘은 이 같은 불만을 잠재우려 보너스를 4배로 늘리는 비상 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공장 폐쇄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애플은 선전을 포함한 중국 내 폭스콘 공장을 통해 정저우 공장의 공백을 최대한 메운다는 입장이지만, 성수기인 4분기를 앞둔 상황에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애플의 한국 협력사들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애플의 2021회계연도 공급망 목록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LX세미콘·삼성SDI·서울반도체·영풍그룹·덕우전자·범천정밀 등 11곳이 애플과 거래 중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카메라 부품, MLCC(적층 세라믹 콘덴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다.
애플이 지난달 아이폰 14 시리즈 증산 계획을 철회하면서 이미 한 차례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중국 현지 봉쇄 리스크가 계속될 경우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국내 기업들은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메모리 반도체 같은 경우에는 통상 3~4개월 전에 납품을 완료하고, 국산 디스플레이나 카메라 모듈이 들어가는 14 프로 시리즈는 애플이 최대 가용 인원을 동원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애플의 탈중국 행보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올해 9월 인도에서 아이폰 14를 조립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인도에서는 저가형 아이폰만 생산해왔는데, 자사 플래그십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인도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