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FTX와 바이낸스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9일(현지시각) 경쟁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 인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전날 유동성 위기에 몰린 FTX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바이낸스는 이날 트위터에 “FTX에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었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거나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또 “기업 실사와 최근 FTX가 고객 자금을 잘못 취급했다는 보도, 미 규제기관의 FTX 조사 등의 이유로 FTX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현재 FTX가 휩싸인 혼란이 바이낸스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루 전인 8일(현지시각)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FTX에 중대한 유동성 경색이 발생했고, FTX가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FTX를 완전히 인수하고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돕기 위해 우리는 구속력 없는 LOI(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FTX는 계열사인 알라메다의 재무적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지난 주말 투자자들이 FTX에 예치한 가상화폐와 현금을 대규모 인출하는 ‘가상화폐 뱅크런’ 사태를 겪었고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구원투수로 바이낸스가 나섰지만 가상화폐 시장의 혼란은 계속됐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9일(현지 미 서부 시각) 오후 1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전보다 11.96% 폭락한 1만6140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 가격도 전날보다 12.76% 하락했고 바이낸스의 토큰인 BNB도 전날보다 14.97% 하락했다. FTX의 FTT는 41.49% 폭락하며 개당 가격이 3.11달러에 불과했다.

비트코인. /AFP 연합뉴스

상황이 악화하자 바이낸스는 손을 뗐다. 이후 가상화폐 가격은 더 폭락하고 있다. FTX도 회생 가능성이 극히 작아졌다. 억만장자였던 샘 뱅크먼 프리드 FTX CEO의 자산도 하루 사이 94%가 날아갔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는 가상화폐 시장의 리먼브라더스 사태일 수 있다”고 했다.

FTX는 한 때 세계 2위 가상화폐 거래소다. FTX를 이끄는 샘 뱅크먼 프리드는 30세에 억만장자가 됐다. 자산이 한 때 110억달러에 달했다. FTX는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며 가상화폐 업체들이 줄도산할 때 이들을 인수하며 ‘백기사’ 노릇을 했었다.

업계에선 FTX의 붕괴는 가상화폐 시장 전체의 큰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벌써부터 샘 뱅크먼 프리드가 운영하는 투자사 이머전트가 3대 주주로 있는 핀테크 업체 로빈후드의 주가는 폭락하고 있다. 이날 로빈후드 주가는 전날보다 13.76% 하락했다. FTX에 투자했던 일본 소프트뱅크,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VC) 세콰이어,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 등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파생금융상품 업체 마렉스솔루션의 디지털자산 책임자 일란 솔랏은 “시장은 이제 완전한 공포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