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가상화폐 산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대형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투자 자문사들이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가상화폐에 열광했던 기관투자자들이 FTX의 갑작스러운 몰락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 가상화폐를 영원히 넣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FTX 사태로 가상화폐 시장 구조가 너무 취약하고 한번 손실이 나면 크게 난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FTX 사태는 최근 이어진 가상화폐 시장 혹한기의 정점을 찍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라·루나 사태부터 시작해 가상화폐 대부 업체인 셀시우스의 파산, 블록파이의 유동성 위기까지 올들어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며 가상화폐 시장의 ‘백기사’ 역할을 했던 FTX는 가상화폐 업체 중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는 것이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살만 아흐메드 수석 투자 전략가는 “FTX의 붕괴는 가상화폐 생태계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1년 전만 해도 가상화폐에 대한 긍정적인 예측이 넘쳐났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이 금의 지위를 차지하며 장기적으로 개당 14만60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는 개당 1만6000달러 수준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작년 고점에서 약 75% 하락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에선 이번 사태로 가상화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반면 가상화폐 가격이 내년 여름까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FTX 사태는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쿼이어, 소프트뱅크, 타이거글로벌, 테마섹 등 FTX에 물린 투자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다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FTX에 투자했던 트라이브캐피털의 아르준 세티 공동창업자는 12일(현지시각) “스타트업들은 2024년까지 신규 자금 조달을 기대해서는 안 되며 깊은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