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벤처 업계의 자금이 마르면서, 기업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주목받았던 글로벌 스타트업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미국 포드와 독일 폴크스바겐으로부터 투자받고, 기업가치가 9조원에 이르렀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는 지난달 문을 닫았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투자한 플라잉카 스타트업 키티호크도 지난 9월 폐업했다.

한껏 치솟았던 스타급 스타트업들의 몸값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기업가치가 390억달러로 평가됐던 식료품 구매 대행 스타트업 인스타카트는 지난 7월 몸값이 150억달러로 크게 줄었고, 작년 6월 기업가치 456억달러에 달했던 스웨덴의 후불결제 서비스 업체 클라르나는 몸값이 7분의 1 수준이 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시장에 돈이 넘치고 신생 스타트업이 높은 몸값을 인정받았지만 투자 자금이 마르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 세계 벤처 투자액은 1년 전보다 55% 감소한 745억달러(약 99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감소세다. 특히 벤처캐피털(VC)들은 한 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자칫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년 전만 해도 건당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 거래가 전체 투자 거래의 60%에 달했지만, 현재는 40%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 건수도 급감했다. 3분기 전 세계 전체 투자 건수(7936건)는 작년 3분기보다 20% 줄었다. 투자가 줄자 신생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수도 급감했다. 작년 3분기에 등장한 유니콘은 136개였는데, 올 3분기에는 단 25개에 그쳤다.

투자업계가 얼어붙자 스타트업들은 인력을 감축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작년 100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던 온라인 결제서비스 업체 스트라이프는 이달 초 전체 직원의 14%를 해고했고, 미 클라우드(가상서버) 소프트웨어 업체 트윌리오도 직원 11%를 감원했다. 미 CNBC는 “쉽게 돈을 모으는 시대가 끝나가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높이 날아오른 유니콘들의 날개가 잘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