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인수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에 반발하며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히자 그동안 애플 정책에 불만을 갖던 테크 기업들이 동조하고 나섰다. 테크 업체들은 앱 장터인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인앱 결제’(앱 내부 결제) 수수료에 불만이 많았지만, 앱 장터에서 쫓겨나는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정책을 따랐었다.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 같은 앱 장터 내에서 결제할 때 구글과 애플은 결제 금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떼간다. 테크 업계에선 “여러 문제 제기에도 애플 파워에 막혀 변화가 없었지만, 머스크가 나섰으니 뭔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의 애플 저격은 지난 28일(현지 시각) 시작됐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트위터를 차단하겠다고 협박했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30%의 세금을 붙이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인앱 결제 수수료 체계에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머스크가 인앱 결제 수수료 문제를 걸고 나선 데는 트위터 인수 이후 핵심 매출원인 광고가 크게 감소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트위터 내 가짜 뉴스와 혐오 게시물이 넘칠 것을 우려해 상위 100대 광고주 중 3분의 1 이상이 광고를 중단했다. 머스크는 광고 수익을 대체하기 위해 월 8달러 수준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를 도입할 계획인데 애플은 여기서도 수수료를 챙겨가게 된다. 8달러의 유료 구독료 중 30%인 2.4달러가 애플 차지가 되는 것이다. 특히 머스크는 트위터를 메신저, 뱅킹, 온·오프라인 페이가 가능한 수퍼앱으로 바꿀 계획인데, 여기서 나오는 수익 상당 부분도 수수료 명목으로 애플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는 이를 겨냥해 “애플의 플랫폼 독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머스크가 애플에 대한 공세를 높이자 다른 업체들도 거들고 나섰다. 애플이 개인 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타깃 광고를 못하게 정책을 바꾸면서 광고 매출에 타격을 받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30일 “(애플) 한 회사가 소비자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앱을 통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다니엘 에크 CEO는 “애플은 혁신을 억누르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만 모든 이익을 누린다”고 했다. 애플과 수수료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였던 에픽게임스의 팀 스위니 CEO는 “애플의 독점에 맞서 싸우는 것은 미국 전체의 문제”라고 했다.
테크 업계에선 머스크의 애플 저격이 미 의회에 계류 중이던 앱 장터 규제법(오픈 앱 마켓 법)에 다시 불씨를 지필 것으로 본다. 진 먼스터 루프벤처스 매니징파트너는 뉴욕타임스에 “머스크의 애플 공격은 빅테크 규제가 목표인 미 의회 입장에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