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왼쪽)가 6일(현지시각) 미 애리조나 TSMC 공장 행사에 참석해 웃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애플의 팀 쿡, AMD의 리사 수,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등 미 반도체 업계의 큰손들이 6일(현지시각) 미 애리조나 TSMC 공장 부지에 모였다. 이날 TSMC가 120억달러(15조9000억원)를 들여 미 애리조나에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 장비 반입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엔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TSMC는 기존 계획의 3배가 넘는 400억달러(53조원)를 투자해 미 애리조나에 2개의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기존 계획보다 공장을 하나 더 짓는다는 계획이다. 1공장은 2024년부터 가동을 시작하고, 새로 짓는 2공장은 2026년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두 공장이 연간 60만장의 웨이퍼를 제조해 100억달러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가 애리조나에 400억달러를 투자해 2개 공장을 짓는 것은 미국 내 외국인 투자 중 최대 규모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TSMC는 1공장에서 4나노 반도체를 만들고, 2공장에서는 3나노 칩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뿐만 아니라 테크 업계 거물들이 TSMC 공장에 모인 이유는 미국의 반도체 자립 정책과 관련이 깊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유도했다. 여기에 TSMC가 가장 크게 화답하는 모양새다.

팀 쿡 애플 CEO는 이날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노고 덕분에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칩에 메이드인 아메리카라는 도장이 찍힐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애플이 애리조나 TSMC에서 생산된 칩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애플은 대만의 TSMC 칩을 사용했는데, TSMC가 애리조나에 공장을 지으면서 애리조나에서 만든 미국산 TSMC 칩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에서 세번째)이 6일(현지시각) 미 애리조나 TSMC 공장 부지를 찾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애플은 해외에서 모든 첨단 칩을 구매했지만, 이제 그들은 이러한 공급망을 안방으로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리사 수 AMD CEO도 “AMD는 애리조나에 세워지는 TSMC 2개 공장의 큰 고객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TSMC의 미국 투자 확대로 인해 미국의 대형 고객이 TSMC에 더 몰려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올 2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점유율은 53.4%다. 기존 TSMC를 이용했던 애플과 AMD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와 퀄컴까지 TSMC 애리조나 공장 생산 반도체를 사용하면 2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삼성전자도 텍사스 오스틴에 170억달러(22조원)를 투입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