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빅테크 업계 감원 칼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앞서 대규모 해고를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메타에 이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지난 20일(현지 시각) 전체 직원의 약 6%에 해당되는 1만2000명을 감원한다는 방침을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이는 창사 이후 최대 규모 구조조정이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미국 스포티파이도 23일 전 세계에 있는 자사 직원의 6%(600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호황을 누렸던 빅테크들이 경기침체에 대비한 몸집 줄이기로 혹독한 겨울나기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칼바람 속에서도 테크기업들은 강력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분야 인력은 감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관련 투자를 오히려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파벳(구글)도 창사 후 최대 감원
미 경제 매체 CNBC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1만2000명 규모의 인원 감축을 결정했다”며 “일단 해고는 미국 지역부터 즉시 시작하고 순차적으로 다른 나라에 있는 직원들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감원 당사자들은 이미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이처럼 전사적으로 감원에 나서는 건 1998년 창사 이후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앞서 이달 초 알파벳의 헬스케어 자회사 베릴리가 전체 직원의 15%인 230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본사도 곧바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IT 업계에선 알파벳의 이번 감원이 경기 침체를 대비한 빅테크들의 최근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메타는 지난해 말 전체 직원의 13%에 달하는 1만10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고, 아마존은 지난 5일 1만8000명(전체의 6%)에 대한 감원 계획을 공개했다. MS는 지난 18일 블로그를 통해 올 3월까지 직원 1만명(전체의 5%)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세 회사 모두 창사 이후 최대 규모 구조조정에 해당한다.
빅테크발 감원 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 호황에 빅테크들은 경쟁적으로 덩치를 불려왔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메타, MS의 경우 2020년과 2021년 인력을 한 해 20~30%씩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황이 급반전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미국 5대 빅테크인 아마존과 애플, MS, 알파벳, 메타의 4분기 매출 합계 추정치는 지난해 10월 5883억달러(약 726조원)에서 이달 5614억달러(약 691조원)로 대폭 줄어들었다.
◇AI 인력은 손 안 대고, 투자 늘려
이 같은 감원 한파 속에서도 AI 분야 인력들은 구조조정 대상에서 예외로 분류되고 있다. IT 전문 매체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경우 해고 대상 1만2000명 중 구글 AI연구소인 ‘구글 브레인’ 소속 직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클라우드(가상저장공간)와 검색 관련 분야 고위 임원들은 대거 감원 대상이 됐지만 AI 분야 인력은 끄떡없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알파벳 경영진이 이미 은퇴한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접촉해 올해 출시할 AI 서비스를 협의했다고도 보도했다.
직원 1만명 해고 방침을 발표했던 MS도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23일(현지 시각) “인공지능 챗봇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면서 “이번 투자는 최첨단 AI 연구를 진전시키고 AI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MS는 이날 구체적인 투자 액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미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 규모가 수년에 걸쳐 총 100억 달러(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MS는 오픈AI와의 협력을 통해 자사 검색 서비스와 클라우드 서비스에 AI를 접목시킬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