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실적 악화에 직면한 미 빅테크들이 잇따라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서고 있지만 애플 직원들은 감원 칼바람을 피하고 있다. 다른 기업과 달리 팬데믹 기간 채용을 대폭 늘리지 않은 데다가 지출을 깐깐하게 관리하는 실용적인 경영 방식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는 최근 “애플이 빅테크의 감원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빅테크가 급성장한 팬데믹 기간에도 인력을 눈에 띄게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팬데믹 기간에도 애플의 인력은 매년 7000~1만명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아마존이 50만명을 신규 채용했다. WSJ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3년간 애플의 인력은 20%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마존은 인력이 2배 가까이 늘었고, 메타의 직원 수는 94%가 늘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MS도 직원을 각각 57%, 53% 늘렸다.
여타 빅테크와 비즈니스 모델이 다른 점도 한몫했다. 경기영향을 많이 받는 광고가 주 수입원이 아니라 휴대전화와 태블릿PC, PC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광고 산업 영향이 크지 않은 편이다. 또 세계 각지에 ‘애플스토어’를 운영하긴 하지만 거대한 창고와 물류 허브 네트워크를 갖춘 아마존과 비교하면 물리적인 공간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깐깐한 돈 씀씀이도 영향을 미쳤다. 비지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쿡은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실용적인 경영방식을 가진 CEO”다. 구글은 미래 혁신 기술 연구인 ‘문샷(moonsho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메타는 메타버스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반면 애플은 핵심 사업이 아니면 비용과 돈을 들이지 않는 편이라는 것이다. WSJ는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들은 임직원에게 푸짐한 공짜 점심을 제공하지만 애플엔 공짜 점심이 없다”고 했다.
앞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지난 20일 전체 직원의 약 6%에 해당되는 1만2000명을 감원한다는 방침을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기술 부문 인력을 중심으로 1만명을, 아마존도 1만8000명 이상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1만1000명, 트위터는 3700명, 세일즈포스는 70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애플도 감원은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분석가는 “애플은 쿡의 우선 순위가 아니거나 성장이 빠르지 않은 분야에서는 인력을 줄일 것”이라며 “전체 PC 부문 성장세가 둔화하는 추세라 맥 컴퓨터 부문이 감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