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미국은 우수한 반도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만 TSMC는 작년 9월 석·박사급 인재 유치를 위해 대만 반도체 산업 평균의 3배가 넘는 연봉 200만 대만달러(약 8200만원·월 683만원)를 제시했다. 지난해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의 월 평균임금(생산직 포함)이 5만4729대만달러(224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금액이다.
대만 정부는 또 산학협력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 대학이 기업 자금을 끌어와 반도체 관련 석·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월급처럼 160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별도로 지급하는 것도 허용했다. 반도체 분야 우수한 인재들은 아예 학비 걱정이 필요 없을 정도다.
미국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별도 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13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립되는 NSTC(National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국가반도체기술센터)는 민관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며, 인력 양성과 지원·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15만 반도체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수도권 대학이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다’는 조항이 최종 법안에서 빠졌다. 반도체 인력 대부분을 양성하는 서울·수도권 우수 대학에 정원 자율권을 주려는 취지였지만, 지방 대학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에서 핵심 인재 대부분이 배출되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탓에 치열한 인재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 반도체 분야 산업인력 수는 17만6000여 명으로 향후 10년 동안 12만700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대만도 반도체 관련 인력이 3만4000여 명이 부족하고, 해외 반도체 기업 공장이 잇따라 지어지고 있는 미국은 2025년까지 매년 8만명씩 반도체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