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AI화가의 그림 -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AI 화가 ‘칼로’의 그림. 칼로는 지난해 전시회를 열었고, 해당 그림을 포함해 5점이 판매됐다. 저작권자는 ‘카카오브레인(AI 개발회사)’과 ‘칼로 이용자(AI에 명령을 내린 사람)’로 등록됐고, 카카오는 수익금을 기부했다. 카카오는 “AI 저작물의 저작권에 대한 법률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인공지능(AI)을 둘러싸고 마이크로소프트(MS)·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프로그래머 간 소송전의 막이 올랐다. 2021년 MS가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해 출시한 코딩(소프트웨어 설계)용 AI ‘코파일럿’은 코딩을 몇 줄만 입력하면 AI가 나머지 코딩 작업을 완료해준다. 문제는 이 AI의 학습 과정에서 MS가 자사의 코딩 오픈소스(무상공개) 플랫폼 ‘깃허브’에 개발자들이 올린 코드를 무상으로 가져와 AI를 학습시켰다는 것이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프로그래머들은 “지금의 AI는 수백만 인간 프로그래머들이 공들여 짠 결과물을 무단 도용해 학습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MS와 오픈AI는 “코파일럿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이 없고 깃허브에 올라온 코드는 사용이 자유로운 오픈소스”라고 반박하며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AI 관련 새 소송이 등장한다”(테크크런치)고 할 정도 AI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AI의 결과물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가져다 학습한 것이기 때문에 학습용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AI가 작곡한 홍진영 노래, 저작권 없다?

AI를 통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기존에 만들어진 콘텐츠와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분쟁은 더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AI를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온라인에서 이미지·동영상을 제공하는 게티이미지와 화가들은 지난달 이미지 생성 AI 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지난달 명령어를 입력하면 음악을 만들어주는 AI ‘뮤직LM’을 개발해놓고 상용화를 하지 못한 이유도 이 AI를 통해 생성된 음악 중 1%가 기존 음원을 직접 복제한 것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아직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저작권에 대한 소송은 없다. 저작권법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지식재산권과 저작권을 존중하면서도 AI를 개발하는 방법을 찾는 사회적 합의나 새로운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존의 콘텐츠를 가져다 학습한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저작물로 인정할 것이냐를 두고서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저작권자를 사람으로 한정해놨기 때문에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선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수 홍진영의 ‘사랑은 24시’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돼 저작권료를 받던 노래였지만, 이 노래의 작곡가로 등록된 ‘이봄’이 AI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협회는 지난해 7월 ‘현행 저작권법상 AI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했다.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부여하는 권리가 저작권인데, 인간이 이미 만들어놓은 창작물을 기반으로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선 창작성이나 개성을 인정할 수 없단 얘기다.

◇ “차고에선 AI를 개발할 수는 없다”

빅테크의 독점력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누구도 차고(개러지)에서 AI를 만들 수는 없다. 자동화와 함께 부와 권력이 소수(빅테크 기업)로 집중될 것이고, 이미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거 애플·아마존 등 수많은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이 집 차고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필요한 AI는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와 기술력만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챗GPT와 같은 고성능 AI를 서비스하기 위해선 AI 학습에 필요한 빅데이터, AI를 구동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엄청난 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기업은 글로벌 수준 빅테크 기업으로 한정된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창업가 겸 CEO(최고경영자)도 지난 5일 포브스와 인터뷰를 통해 “(AI가 발전할수록) AI를 통해 얻은 이익의 공유,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 AI에 대한 지배구조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며 “특정 회사가 AI 세계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AI가 전방위로 쓰일 미래 사회에 특정 기업이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