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오픈AI 본사. /김성민 특파원

7일(현지 시각) 오전 10시 반 미 샌프란시스코 18번가. 유리창이 85개 달린 3층짜리 ‘ㄷ’ 자 형태 회색 건물엔 ‘파이오니어(Pioneer·개척자) 빌딩’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곳은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본사다. 건물 2층 한 사무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한 보안 요원은 “건물은 거의 비어있다”고 했다. 오픈AI가 순환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18번가는 중심 업무 지구와는 떨어진 구석진 곳이다. 오픈AI 건물 맞은편엔 자동차 공업사와 공영 주차장이 있었다. 하지만 오픈AI의 챗GPT가 세계적인 열풍을 낳으면서 생성 AI를 개발하는 엔지니어와 스타트업이 몰리고, 오픈AI 건물을 중심으로 알라모 광장과 헤이스 밸리 등 주변 지역은 ‘생성 AI의 메카’가 되고 있다. 벤처투자사 NFX에 따르면 1월 기준 생성 AI 스타트업은 전 세계에 총 539개가 있는데 이 중 80개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오는 14일에는 첫 번째 생성 AI 콘퍼런스인 ‘젠AI’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다.

샌프란시스코 해커 하우스인 제네시스 하우스. /김성민 기자

특히 이 지역엔 엔지니어들이 공동 거주하며 밤새 개발을 하는 생활 시설인 ‘해커 하우스’가 늘어나고 있다. 오픈AI 본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엔 유명한 해커 하우스인 제네시스 하우스가 있고, 그곳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엔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해커 하우스 ‘HF(Hacker Foundation)제로’ 건물이 있다. 이들 해커 하우스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엔 샌프란시스코의 ‘가로수길’로 불리는 헤이스 밸리가 있다.

최근 테크 업계에선 헤이스 밸리 주변이 ‘세리브랄(Cerebral·뇌) 밸리’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생성 AI 관련 스타트업과 개발자가 몰리고 관련 행사도 헤이스 밸리 주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인사이더에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며 생성 AI 개발자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이곳에 더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세리브랄 밸리라는 말을 처음 붙인 투자사 블룸버그베타의 앰버 양 투자자는 “AI는 엔지니어들이 함께 얼굴을 보며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 모이는 것이 이점이 있다”고 했다. 포천지는 “이러한 해커하우스는 실리콘밸리의 구글과 메타 등이 창업할 때 사용한 기숙사와 차고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