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가 7일(현지시각) 오픈AI의 기술을 적용해 기업 영업, 고객 서비스, 마케팅 부서원들이 업무용으로 쓸 수 있는 생성 AI 서비스 ‘아인슈타인GPT’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용자가 아인슈타인GPT에 지시하면, AI가 요약, 이메일 작성, 마케팅 코드 등을 내놓는다. 기업들이 광고 캠페인에 쓸 수 있는 이미지도 만들어준다. 세일즈포스는 또 사무용 메신저 슬랙에 오픈AI의 챗GPT를 적용했다. 슬랙의 대화를 요약하고 답장을 써준다.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가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후,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이 AI의 생태계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
메타(옛 페이스북)나 오픈AI 같은 테크 기업은 AI의 기반이 되는 대형 언어 모델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개하며 더 많은 기업들이 자사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러한 API를 활용해 인공지능을 적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내놓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AI 응용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 AI 쓰세요”...잇딴 API 공개
이달 초 오픈AI는 AI 챗봇인 챗GPT와 음성인식 기능 위스퍼의 API를 유료 공개한다고 밝혔다. API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하나로 연결하는 표준이다. 다른 기업들이 챗GPT와 위스퍼를 활용해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메타도 API 공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메타는 지난달 24일 새로운 AI 대형 언어모델(LLM)인 ‘라마(LLaMA)’를 출시하면서 이를 AI 연구조직과 연구원을 위해 오픈소스로 무료 공개했다. 라마는 AI 성능을 나타내는 매개변수가 70억개, 130억개, 330억개, 650억개 총 4개로 구성된 언어모델이다. 오픈AI의 GPT-3(1750억개)보다 매개변수가 적지만 더 빠르고 가볍게 구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라마는 AI 연구자의 업무를 돕기 위해 설계됐다”고 말했다.
구글도 챗GPT에 대항하는 AI챗봇 바드를 개발하면서 해당 API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카카오브레인도 AI 이미지 모델인 ‘칼로’의 API와 한국어에 최적화된 AI 모델 코GPT를 카카오디벨로퍼스라는 오픈소스 플랫폼에 공개했다.
AI 모델을 개발한 업체들이 잇따라 API를 공개하는 이유는 각자의 API를 적용한 신규 서비스를 늘려 생태계를 키우고 록인(잠금)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이라도 결국 사용처가 많아야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 모델 개발 경쟁을 넘어 이제는 본격적인 생태계 경쟁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자사 AI를 사용하는 업체를 더 많이 모으는 쪽이 승리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AI 적용 서비스 봇물
다양한 API가 공개되면서 이를 적용한 서비스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API를 활용해 기존보다 AI를 적용한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마이크로소프트(MS)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찌감치 오픈AI의 챗GPT를 적용한 검색엔진 빙을 내놨다. 지난 6일엔 챗GPT 기반 기술을 적용한 다이내믹스 365 코파일럿을 출시했다. AI가 자동으로 사용자의 상황별 채팅이나 이메일 답변을 해준다. 오는 16일에는 워드나 엑셀 같은 마이크로소프트 대표 제품에 AI를 적용하는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소셜미디어(SNS) 스냅은 지난달 챗GPT API를 적용한 ‘마이 AI’를 출시했다. 월 3.99달러를 내면 스냅챗 플러스 앱 상단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며 AI의 선물 아이디어, 주말 계획, 음식 레시피 등을 추천받을 수 있다. 식료품 구매 대행 서비스 인스타카드도 챗GPT를 적용해 고객들에게 요리법 제안을 하거나 메뉴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를 올해말 출시할 예정이다.
테크 업계에선 앞으로 인공지능 기업들이 공개하는 대형 언어 모델 API를 바탕으로 한 AI 응용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01억4320만달러(13조3500억원) 규모였던 전 세계 생성 AI 시장은 연평균 34.6%씩 성장해 2030년엔 1093억7000만달러(143조93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먼저 빠르고 넓게 자사 AI 모델을 시장에 깔고, 이러한 AI를 적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먼저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잡아먹는 진짜 AI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