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코로나 이후 실시해오던 상시 원격근무제(재택근무)를 접고 다음 달부터 출근제로 전환한다. 4월부터는 주 2회 이상, 6월부터는 주 3회 이상 반드시 출근해야 한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는 앞서 지난달 28일 사내 공지를 통해 “야놀자 생산성은 바닥 수준, 정확하게 말하면 이미 성장을 멈췄다”며 “세계적인 기업들도 원격근무나 재택근무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고려해 출근하고 있다”고 재택근무 폐지 이유를 밝혔다.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도 이달부터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전면 출근제’로 전환했다. 팀 재량에 따라 직원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해왔지만 이달부터는 출근을 기본으로 하고 재택근무를 원하는 경우 부서장 결재를 받도록 했다. 티빙 관계자는 “화상이나 온라인 메신저로 소통할 수도 있지만 대면으로 소통하는 것과는 업무 생산성 면에서 확실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코로나 기간 도입했던 재택근무를 접고 출근제로 전환하고 있다. 재택 장기화에 따른 업무 효율과 생산성 저하를 더 이상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해당 기업의 직원들은 “일방적 강제 종료는 명백한 복지 축소”라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회사로 나와라... 속내는 실적 둔화?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철회하는 건 실적 둔화가 주배경이다. 야놀자의 경우 영업이익은 2020년 109억원에서 2021년 536억원으로 급증했지만 작년 각종 영업비용과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이 급증하면서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53억원에 그쳤다. 게다가 경쟁사 ‘여기어때’와 최저가 출혈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때 60만명까지 벌어졌던 월간 앱 사용자 수 격차도 지난 2월 5만명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사업 결정과 추진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데 재택근무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경영진 입장에선 하루빨리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빙도 마찬가지다. 공격적인 투자로 외형을 키워 지난해 토종 OTT 1위를 차지했지만 콘텐츠 제작비가 늘면서 영업손실이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지난해 1190억원으로 매년 커지고 있다.
코로나 재택 기간 이렇다 할 신작을 내놓지 못한 게임사들은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접었다. 국내 3대 게임사인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작년 6월부터 전면 출근을 시행하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개발 직군은 팀 단위 작업이 많아 재택근무에선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이 기간 생산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대부분의 게임사가 출근제를 다시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 “명백한 복지 축소”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종의 복지 축소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야놀자의 한 직원은 “상시 원격 근무가 가능하다고 해서 연봉을 1000만~2000만원 깎고라도 들어온 직원이 많은데 갑자기 출근하라니 직원들 사이에선 ‘취업 사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상시 원격 근무라는 말만 믿고 제주도로 이주했는데 주 3회 사무실 출근을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강원도에 살지만 근무가 가능하다고 해서 입사했는데 서울로 이사하란 거냐” “퇴사하겠다”는 반발도 나왔다. 직원들이 술렁이자 회사 경영진은 지난 9일 직원 1000여 명과 타운홀미팅을 열고 “집이 먼 직원들은 시간을 줄 테니 웬만하면 이사를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한 스타트업 직원은 “직장인들에겐 근무 환경이 가장 중요한데 이 같은 결정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면 직원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경우도 작년 말 재택 종료를 예고하자 직원들의 노조 가입이 급증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