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4월 1일부로 북미 지역 웹툰·웹소설을 서비스하는 자회사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이하 타파스)의 국내 법인을 청산하고 직원 50여 명을 모두를 내보내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타파스는 현재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타파스는 직원들에게 “이달 20일부터는 권고 사직 절차에 들어가고 희망 퇴직자에겐 최대 4개월분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겠다. 법인이 청산되는 다음 달 1일에는 모든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만큼 위로금 지급도 없을 것”이라고 공지한 상태다.

네이버도 최근 해외 자회사 왓패드와 포시마크를 상대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네이버의 북미 웹소설 자회사 왓패드는 지난 8일(현지 시각) 회사 블로그를 통해 “전체 직원 267명 중 약16%인 42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밝혔고, 네이버의 북미 중고 거래 플랫폼 자회사 포시마크도 지난달 직원 수십 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양대(兩大) 인터넷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일제히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경기 침체와 함께 성장성이 둔화된 데다, 코로나 기간 경쟁적으로 늘어난 인건비의 부메랑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투자 혹한기를 맞은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잇따라 감원(減員)이 벌어지고 있다. IT 업계에선 올해 내내 이런 혹독한 ‘칼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경기 침체와 ‘고연봉 부메랑’ 겹쳐

카카오와 네이버가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은 IT 거품과 함께 유동성이 풍부했던 코로나 시기에 인수한 곳들이다.

타파스는 카카오엔터가 2021년 6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타파스미디어(북미 웹툰)와 5000억원에 인수한 래디쉬(북미 웹소설)를 합병한 회사다. 개발·기획 등 업무는 한국 법인, 콘텐츠 관리 업무는 미국 법인이 맡았다. 하지만 카카오엔터는 한국 법인을 없애고, 그 업무를 모회사인 카카오엔터가 이관받기로 했다. 카카오엔터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사업 재정비와 경영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북미 웹소설 자회사 왓패드 역시 지난 2021년 인수한 기업이다. 왓패드 측도 지난 8일 공지에서 “급격한 경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미 중고 거래 플랫폼 자회사 포시마크의 감원도, 네이버가 지난 1월 약 1조6700억원에 포시마크를 최종 인수한 지 두 달 만에 단행됐다.

두 회사가 구조조정에 착수한 배경으로 ‘고연봉 부메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네이버의 직원 평균 연봉은 2020년(이하 6월 기준) 6154만원에서 작년 8479만원으로 38% 올랐고, 카카오 평균 연봉도 5300만원(2020년)에서 지난해 9400만원으로 올랐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IT 기업들이 해고가 어려운 본사 직원들은 그대로 두고, 적자를 내거나 실적이 좋지 않은 해외 자회사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코로나 기간 늘어난 개발자 인건비와 경기 침체가 맞물려 IT 업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스타트업 업계도 칼바람

이런 움직임은 IT 업계 전반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게임 업계는 감원은 없었지만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대대적 인력 재배치가 진행 중이다. 엔씨소프트·데브시스터즈와 같은 게임사들은 특정 게임·사업을 접고, 인력을 다른 부서로 보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회사 기반이 취약한 스타트업계에도 혹독한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공격적인 투자를 받았지만, 이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최근 투자 혹한기를 맞아 하나둘 경영 위기에 맞닥뜨린 것이다.

차기 유니콘(가치 1조원 이상 신생 기업) 후보로 꼽혔던 농업 기술 스타트업 그린랩스는 현재 희망 퇴직을 받고 있다. 희망 퇴직으로도 경영 효율화가 되지 않으면 4월부터는 정리 해고를 하기로 했다. 그린랩스는 작년 1월 기업 가치 8000억원을 인정받고 170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고연봉 개발자를 채용하고 사업 영역을 지나치게 넓히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적자를 견디지 못하는 수준까지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핀테크 스타트업 뱅크샐러드, 변호사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도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