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소프트뱅크그룹 본사에서 적자 실적을 발표하는 손정의 회장. /소프트뱅크그룹 결산 기자회견 영상 캡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번 주 반도체 설계회사 영국 ARM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공식화한다. 이르면 올 가을에 IPO(기업 공개)가 이뤄질 전망이다.

11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0일 소프트뱅크와 나스닥이 ARM 상장에 대해 잠정적인 합의를 이뤘고 손 회장이 이번 주 후반에 공식적으로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초 소프트뱅크는 미국과 영국 증시 동시 상장을 추진했지만 미국 증시 단독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는 최근 다른 투자 활동 관리에서 물러나 ARM 상장에 집중해 온 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영국보다 미국 증시가 투자자 기반이 더 탄탄한 데다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ARM의 기업 가치는 최소 300억달러(약 39조6600억)에서 최고 700억달러(92조5400억원)까지 평가된다. 이번 상장을 통해 ARM은 80억 달러(약 10조원)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PO를 앞두고 손 회장은 ARM의 수익 모델을 개성해 수익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가격 인상이 대표적이다. FT는 지난달 “ARM이 수십년 만에 칩 설계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AP 설계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에 ARM을 인수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ARM을 400억 달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엔비디아는 인수에 적극적이었으나 규제당국이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일제히 반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인텔·퀄컴·SK하이닉스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ARM 인수전에 참여할 의지를 내비쳤지만 결국 이뤄지진 않았다. ARM 매각에 실패한 소프트뱅크는 결국 IPO로 출구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