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청소로봇 ‘윈봇 W1프로’가 기기 전면 구멍 2개에서 세정액을 분사하며 유리창을 닦는 모습. /에코백스

유리창은 집 안의 ‘청소 사각지대’다. 자녀가 있다 보니 손자국이 수시로 생기고, 미세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베란다 창문은 닦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설령 닦더라도 아랫집 창문에 물이 줄줄 흘러내릴 걸 생각하면 이내 마음을 접게 된다.

로봇 가전 기업 에코백스가 최근 유리창 청소 로봇 ‘윈봇 W1프로’를 출시했다. 에코백스는 중국 로봇 청소기 시장 1위 업체다. 최근 한국에 로봇 청소기를 공격적으로 출시한 데 이어 유리창 청소라는 생소한 분야에서도 치고 나온 것이다. 제품을 수일간 빌려 써봤다.

로봇은 가로·세로 27㎝의 반듯한 정사각형으로 생겼다. 무게는 1.5㎏로 일반 로봇 청소기의 절반쯤 된다. 본체엔 5m에 달하는 긴 전원 코드와, 추락을 방지하는 3.3m짜리 안전 줄이 나란히 달려 있다. 작동법은 간단하다. 본체 위 뚜껑을 열어 물이나 세정액을 붓고, 기기 바닥에 물에 적신 극세사 걸레를 붙이면 된다. 전원에 연결한 뒤 유리창에 수초간 지그시 갖다 대면 곧바로 ‘위잉’ 소리와 함께 유리창에 달라붙어 청소를 시작한다.

유리창 어디에나 갖다 붙여도, 곧장 왼쪽 윗부분을 찾아간다. 이후 본체 앞뒤에 각각 2개씩 뚫린 분사구를 통해 물을 칙칙 쏘면서, ㄹ 자 모양으로 전진한다. 청소를 마치면 제자리로 돌아가 ‘청소를 마쳤다’고 음성으로 알린다. 기본 모드일 때, 가로세로 1m 크기의 유리창을 닦는 데 약 3분쯤 걸렸다. 스마트폰 앱과 연결해 청소 속도, 물 분사, 위치 이동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청소 실력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사람이 닦는 것만큼 깔끔하고, 걸레 자국이 따로 남지도 않는다. 다만 손자국보다 진한 오염은 청소를 마친 뒤에도 일부 남아 있다.

처음 기기를 작동할 때 가장 큰 걱정은 ‘추락 우려’였다. 하지만 1시간쯤 청소를 맡겨보니 웬만하면 추락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안전 줄로 따로 묶어두는 데다, 전원을 켜면 로봇 바닥의 흡입구가 ‘위잉’ 소리와 함께 작동하며 본체를 유리창에 바짝 흡착시키기 때문이다. 사람 손으로 닦을 때보다 물기 없이 좀 더 깨끗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 측은 “2800파스칼(Pa)의 강력한 흡입 팬이 달려있어 먼지를 흡입하고 유리면에도 견고하게 밀착된다”며 “정전일 때도 30분은 미끄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고 했다.

실내에선 안심하고 유리 청소를 맡겼지만, 아파트 실외 창문은 철제 난간과 바짝 붙어있어 작동하기가 어려웠다. 또 아파트에서 혹시라도 추락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소음도 큰 편이다. 유리창에 붙어 작동할 때, 웬만한 진공청소기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가격은 44만9000원이다. 유리창은 바닥만큼 자주 청소하진 않는 만큼, 활용도를 잘 따져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 중국 제품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만, 완성도와 아이디어 면에서 이미 삼성, LG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