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 게임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한국 게임 업체들의 존재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6년 사드 사태와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 진출을 막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계기가 됐다. 한국 게임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에 48개 게임을 수출했지만 2017년 2월 판호(중국 내 서비스 허가권)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수출 길이 막혔다. 이후 판호를 받은 게임은 2020년 1개, 2021년 2개, 지난해 7개에 그쳤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 2023'. 2023.3.23/연합뉴스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만 바라보고 있는 대신 북미와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 수출 국가별 비율은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이 2017년 60.5%에 달했지만 2021년 42.9%까지 떨어졌다. 유행이 빠른 게임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점유율은 더 가파르게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10.4%에 그쳤던 북미 유럽 시장 비율은 25.2%까지 올라섰다.

게임사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이 대표적이다. ‘검은사막’은 2017년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허가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북미에서 대박이 터졌다. 2021년 초에는 글로벌 게임 서비스 플랫폼 ‘스팀’에서 역할수행 게임 분야 판매 및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넷마블도 중국 시장이 막힌 2017년부터 캐나다 게임사 카밤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넷마블의 북미 매출은 2022년 8982억원으로 국내 매출(1조53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맞춤형 전략도 강화했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소셜 카지노 게임이 인기가 많다는 점을 노려 2021년 글로벌 소셜 카지노 게임 기업 스핀엑스를 인수했다.

다른 게임사들도 콘솔(게임기) 게임을 속속 출시하며 북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은 모바일과 PC가 각각 60%, 30%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북미와 유럽에선 콘솔 게임이 50% 정도로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3월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콘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출시할 퍼스트 디센던트, 워헤이븐, 더 파이널스 등도 콘솔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도 올해 야심작 ‘쓰론앤리버티(TL)’를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