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전인권, 이승철, 이소라, 박효신, 성시경, 윤하 등 유명 국내 가수들의 음원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한 비욘드뮤직은 최근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스타트업은 음원 IP를 매입해 영화나 광고 등에 쓰일 때마다 저작권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소셜미디어 활용이나 리메이크를 통해 음원 가치를 올리는 작업도 한다. ‘약한영웅 Class 1′과 유튜브·소셜미디어용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 등을 선보인 플레이리스트도 14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플레이리스트의 투자사 중 하나인 알토스벤처스는 “플레이리스트가 최근 K콘텐츠 열풍이 크게 불고 있는 일본으로 시장을 넓혀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는 점에 매력을 느껴 후속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벤처 투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60% 줄었고 대부분의 업종 투자가 대폭 축소됐다. 바이오는 63.3%, 유통·서비스 77.5%나 줄었다. 하지만 영상·공연·음반 등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은 지난해 동기 대비 투자액이 8.5% 늘어났다. 고금리 때문에 자금 조달이 어렵고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 회수가 부진 상황에서 K콘텐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견조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가 글로벌 음악·콘텐츠 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산업 생태계가 대형기획사나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계로 확장하며 사업 모델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얼어붙은 투자 시장, K콘텐츠만 핫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스타트업 업계에선 콘텐츠, 특히 K콘텐츠 관련 업체들의 투자 유치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금액만 1068억원으로 2021년(565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K팝 커머스 플랫폼 케이타운포유는 지난해 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K팝 스타가 팬들과 소통하는 설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는 지난해 CJ, GS그룹 등에서 3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 3월 미국 벤처투자사 클리블랜드 애비뉴도 투자에 참여했다. K팝 플랫폼 ‘위엑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레보이스트는 지난해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으로부터 시드(초기) 투자금을 유치했다. 위엑스는 K팝 음원에 투자하는 플랫폼으로 팬이나 개인투자자가 가수의 신규 음원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K콘텐츠 관련 스타트업들에 투자가 몰리는 것은 실제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타운포유는 전 세계 5200개 K팝 팬클럽을 쇼핑몰과 연결해 굿즈(기념품), 음반 등을 판매한다. 케이타운포유 매출은 2016년 130억원대에서 지난해 2000억원대로 급성장했고, 회원 수도 400만명을 훌쩍 넘는다. 국내의 콘텐츠 제작자와 전 세계 팬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메이크 스타는 2021년 297억원에서 지난해 479억원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K댄스, 보컬 가르치는 스타트업까지
지난 5월 ‘미드낫’이란 가수는 신곡을 한국어·영어·스페인어 등 6개 언어로 동시 발매했다. 하이브가 올 초 인수한 인공지능(AI) 오디오 스타트업 수퍼톤의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을 활용해 미드낫의 노래를 해외 청취자가 모국어로 즐기게 한 것이다. 지난해 K팝 공연 플랫폼 마이뮤직테이스트를 인수한 컴투스는 연내 IPO를 공식화했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팬들이 원하는 도시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직접 요청받아 공연을 추진해주는 전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K콘텐츠 스타트업 사업 모델은 케이타운포유나 메이크스타처럼 이커머스·커뮤니티 플랫폼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카운터컬쳐컴퍼니는 온라인으로 K팝 댄스·보컬 트레이닝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앞세워 올해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안무가 리아킴이 이끄는 댄스 스튜디오 원밀리언은 K댄스 콘텐츠를 만들고 가르치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 모델로 벤처캐피털 DSC인베스트먼트에서 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