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설계자산(IP)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 IP개발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IP 괴물’로 불리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대만 TSMC를 추격하기 위해서다. IP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설계도로, 파운드리 기업의 핵심 경쟁력 요소로 꼽힌다. 레고 블록을 쌓듯 기존 IP를 조립해 새로운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쓸 수 있는 IP가 많은 파운드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14일 삼성전자는 “시높시스, 케이던스, 알파웨이브 3사와 최첨단 IP 개발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3사는 반도체의 고속 데이터 입출력을 가능케 하는 ‘인터페이스 IP’ 분야 세계 톱3 기업들이다. 이번 협업에 따라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고성능 컴퓨팅(HPC) 등 차세대 반도체부터 자동차·모바일 등 다양한 제품 분야에서 필요한 핵심 IP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TSMC와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정 정보를 파트너사에 전달하면, 이들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최적화된 IP를 개발해 반도체 팹리스(설계) 고객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IP 보유 수는 세계 2위 파운드리 기업인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꼽혀왔다. 대만 TSMC가 자체 IP 4만개(지난해 기준)를 확보한 것에 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보유한 IP 수는 TSMC의 10% 수준인 4000여 개에 불과하다. 실제로 삼성에 사용하고 싶은 IP가 없어 어쩔 수 없이 TSMC에 생산을 맡긴다는 기업도 많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이 5년 내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IP 확보 총력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