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향후 수년간 중국 시안에 있는 자사 패키징 및 테스트 공정에 43억 위안(약 769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마이크론 제품의 중국 내 판매를 부분적으로 금지한 지 4주 만에 나온 결정이다.
16일(현지 시각) 마이크론은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에 올린 성명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중국 고객의 요구를 더 잘 충족시키기 위해 시안 공장에 새로운 시설을 추가하고 고성능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어로 된 성명에서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론은 20년 동안 중국에 뿌리를 두고 깊은 관계를 구축했고 우리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투자는 중국 사업과 현지 팀에 대한 회사의 변함없는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마이크론은 2014년부터 아웃소싱 파트너였던 대만 파워텍 테크놀로지의 시안 공장을 인수하고 모바일 D램, 낸드, SSD 제품을 제조하는 새로운 생산 라인도 구축한다. 중국 내 마이크론 인력은 45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며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사실상의 구매 금지 처분을 내렸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손잡고 대중 제재를 강화하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규 투자 발표를 두고 마이크론이 중국의 제재에 대응하기보다는 굽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중국에서 전체 매출의 11%에 해당하는 4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중국은 마이크론엔 생산 기지로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마이크론의 D램과 낸드 생산 시설은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 두고 있지만 후공정은 중국 시안과 말레이시아에만 두고 있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 갈등 완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국무 장관의 방중은 2018년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이후 처음이다.
한편 마이크론은 인도의 패키징 공정에도 최소 10억달러(약 1조2725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하는 즉시 계획이 발표되며 투자 금액은 최대 2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면서 “중국이 마이크론 사용을 금지한 데 따른 결정으로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