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하반기 대대적인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개편에 나선다. 네이버 앱에는 1분 안팎의 짧은 동영상인 ‘숏폼’ 탭이 전면에 나타난다. 카카오톡에는 올린 뒤 24시간이 지나면 삭제되는 콘텐츠 기능이 추가된다. 각각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유사한 기능이다. 구글, 메타 등 빅테크의 추격에 따른 사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앞다퉈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동영상이나 이미지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10~20대들이 해외 플랫폼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영원한 국민 앱은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지난해 12월 도입된 '공감 스티커' 기능(위). 카카오는 연내 카카오톡 프로필에 24시간 이후 사라지는 짧은 콘텐츠를 공유하는 기능인 '펑'을 추가한다. 아래는 올 하반기 개편되는 네이버 앱의 숏폼 서비스'클립'의 예시 화면. 뉴진스 민지가 담긴 숏폼 콘텐츠가 재생되고 있다. /카카오·네이버, 그래픽=김성규

◇네이버도 카카오도 ‘숏폼’ 추가

네이버는 16일 새롭게 앱을 개편하기 앞서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시작했다. 네이버 앱을 켜자마자 하단에 홈, 클립, 콘텐츠, 쇼핑 등 4가지 탭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놨다. 앱 개편의 핵심은 숏폼 콘텐츠가 모인 클립 탭이다. 검색, 쇼핑, 블로그 등에 흩어져 있던 숏폼 콘텐츠를 모아 별개의 탭으로 구성해 앱의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인공지능(AI) 추천 시스템을 통해 취향에 따라 패션, 뷰티, 여행,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의 숏폼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이미 유튜브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숏폼 콘텐츠인 쇼츠를 따라잡기 위해 네이버는 지난 6월부터 숏폼 크리에이터를 모집하기 시작했고 이들에게 오는 연말까지 총 10억원 규모의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짧은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24시간 이후 사라지도록 하는 ‘펑’ 기능을 연내 카카오톡 프로필에 추가한다. 이 역시 숏폼 콘텐츠 강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기능은 인스타그램이 2016년 도입한 스토리와 비슷한데, 게시물 노출에 따른 부담이 덜하고 가볍게 일상을 공유할 수 있어서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문자를 보내는 것 외에도 프로필 화면의 캐릭터를 통해 감정이나 공감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자 가벼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프로필 내 소통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빅테크 추격에 ‘영원한 국민 앱은 없다’

양대 IT 기업이 숏폼을 앞세워 앱 개편에 나서는 것은 해외 빅테크의 앱을 선호하는 10~20대 이용자를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국민 앱’의 이용자 수를 가파르게 추격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약 4156만명으로 1위를 기록했지만, 4116만명으로 2위를 기록한 유튜브와의 차이는 40만명에 그쳤다. 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작은 격차다. 네이버 앱의 MAU는 약 3907만명으로 유튜브보다 200만명 적다.

더 큰 문제는 앱 사용 시간이다. 지난달 국내 이용자들이 유튜브를 사용한 총 시간은 약 15억3000만 시간으로, 5억2000만 시간 사용된 카카오톡, 3억5000만 시간 사용된 네이버 앱보다 3~4배나 높았다. 1인당 사용 시간으로 따져도 유튜브는 37.2시간, 카카오톡은 12.5시간을 기록했다. 네이버 앱은 8.8시간을 기록해, 인스타그램(12.4시간)보다 뒤처졌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국내 토종 플랫폼과 맞먹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인 Z세대를 중심으로 영상·이미지 등 시각 정보가 풍부한 플랫폼을 선호하는 영향 때문이다. 숏폼을 주력 콘텐츠로 내세워 10~20대 이용자를 끌어모은 틱톡의 경우엔 1인당 사용 시간이 17.3시간으로 카카오톡보다도 5시간 가까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플랫폼 기업들이 메신저, 포털, 영상 등 분야와 무관하게 이용자들의 시간을 두고 경쟁한다”며 “네이버와 카카오톡은 국민 앱이란 지위에 안주하고 있다가 10~20대 이용자를 해외 플랫폼에 뺏길 위기에 처하자 ‘따라 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