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지난달 국내 통신사 LG유플러스가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한 광고에는 이 같은 문구가 달렸다. 이 광고는 회사의 마케팅 직원이 된 배우 주현영이 AI에 광고 제작을 맡기는 내용이다. AI를 활용한다는 내용의 이 광고는 실제로 AI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광고 시나리오를 짜는 덴 챗GPT가, 광고 속 주현영이 만들어내는 영상에는 이미지 생성 AI 스테이블디퓨전이, 목소리 생성에는 LG유플러스 자체 음성 AI 기술이 활용됐다. 이 영상은 공개 한 달 만에 1263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소위 ‘대박’이 났다. LG유플러스는 “보통 한 달 정도 걸리는 시나리오 제작 과정이 챗GPT를 활용해 단 사흘 만에 끝났고 전체 작업 기간도 3분의 1로 줄었다”며 “비용도 평균 광고 제작 비용의 4분의 1 수준에서 해결했다”고 밝혔다.

글쓰기와 일러스트레이션을 넘어 광고 영상에까지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시나리오나 광고 카피 생성부터 배경음악 제작, 모델 섭외까지 광고 제작 과정에 AI가 적극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챗GPT나 달리(DALL-E) 같은 생성형 AI를 광고에 사용하는 실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장은 지난해 4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에서 10년 뒤인 2032년 1조3000억달러(약 17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42%씩 급성장하는 것이다. 특히 AI를 활용한 디지털 광고 산업은 같은 기간 5700만달러에서 192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지원

◇광고 한 편 뚝딱... 싸고 빠르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광고에 생성형 AI를 접목하는 건 무엇보다도 AI 활용 광고가 싸고 빠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광고 대행사인 WPP는 네슬레의 요구르트 제품 광고를 만들면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그림 ‘우유 따르는 여인’을 AI로 변형한 영상을 활용했다. 실제 그림에는 여성 한 명만 등장하지만, AI를 통해 테이블 밑에 숨은 소년, 여성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과 배경을 만든 것이다. WPP 관계자는 “저작권이 없는 이미지를 활용했고 콘텐츠를 만드는 데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고 했다. 글로벌 비건 식품 브랜드 낫코는 농장에 늙은 동물이 있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AI를 활용했다. 페르난도 마샤두 낫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일반적으로 광고를 만드는 데 5만달러에서 10만달러가 드는데 AI를 활용했더니 겨우 5000달러에서 1만달러만 썼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AI를 활용한 광고가 잇따르고 있다. 롯데리아는 글로벌 AI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새우버거 사진을 올려 비트(Beat)를 생성해낸 뒤 편곡해 광고음악을 완성했다.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5월 챗GPT에 ‘구름 속 시나모롤’을 주제로 한 광고 제작을 요청했고 만들어진 시나리오를 각색해 광고를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영상은 유튜브에서 500만 조회 수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광고 배경음악을 AI로 만드는 경우도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청소기 비스포크 제트AI 광고의 배경음악에 AI를 활용했다. 카펫이나 마루 등 바닥 재질에 따라 달라지는 청소기 흡입 소리를 녹음한 뒤 AI 작곡 도구를 활용해 배경음악을 생성했다. 광고 업계 관계자는 “있는 음악을 갖다 쓰자니 저작권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고, 새로 만들자니 막대한 제작비가 드는데 AI를 활용하면 관련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광고 생성 전문 AI도... 업계에선 일자리 우려

문제는 AI가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인 편견 재생산 가능성과 부정확성이다. 제이 파티살 애널리스트는 미 CNBC에 “생성형 AI로 광고를 만드는 경우 대중에게 불쾌함을 주고 부정확한 시각 자료와 문구를 생성할 수도 있다”며 “기업을 특정 분야에서 편향적으로 보이게 하는 등 기업 브랜드 안전성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지난 6월 콘티부터 모델, 이미지, 음악까지 모든 걸 AI에 맡긴 광고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광고에 등장한 노년 모델의 손가락이나 치아가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성 AI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광고 업계 일자리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벌써 일부 카피라이터는 광고 제작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 분야에 AI 활용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결국 AI를 잘 활용하는 마케터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