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동맹국들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앞두고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 시각) “일본과 네덜란드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앞둔 6~7월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구매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달부터 규제를 시작했고, 네덜란드의 규제는 다음 달 시행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6~7월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총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액인 29억달러보다 70% 증가한 수치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 SMIC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 장비에 공장 시설 대부분을 의존해 왔다. 중국의 6~7월 네덜란드산 장비 수입은 5월보다 두 배 늘었는데, 대부분 세계 최대 노광장비 업체 ASML이 차지했다. 일본산 식각·웨이퍼 코팅 장비, 싱가포르·대만 등에서의 수입 역시 늘었다.
최근 몇 달 동안 수입된 장비는 주요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중국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소규모 파운드리에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수입 증가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부분이 규제 대상이 될 장비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이번 구매는 중국이 반도체 생산 확대 계획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한 대비책”이라고 평가했다. 수출 규제 시행 전 선제적으로 장비 확보에 나서 영향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수입한 장비로 서방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이른바 레거시(구형 공정)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면서 반도체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레거시 반도체의 경우 시장에서의 활용도는 높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의 직접적인 규제는 받지 않는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중국이 수출 규제를 받지 않는 구형 반도체 장비로 전기차, 녹색에너지 전환 등 산업에 사용할 반도체를 집중 생산하고 있다”고 FT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