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원작 소설가와 존 그리셤, 마이클 코넬리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사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사람을 모방해 정교한 언어로 문장을 작성하는 AI 개발을 위해 방대한 양의 텍스트와 데이터가 필요한데, 개발사가 이 과정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소셜·논픽션 작가 1만4000명이 소속된 미국 작가 협회는 20일(현지 시각) 챗GPT의 학습에 작품이 사용된 작가들을 대표해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상대로 “작가의 책을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공급해 저작권을 침해하고 조직적 도용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소장을 뉴욕 남부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법 해적판 전자책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작가들의 저서가 오픈AI의 LLM 학습에 사용됐다”며 “이를 통해 오픈AI는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원고 명단에는 출판계와 문학계의 유명 작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을 쓴 존 R.R. 마틴이 대표적이다. 소설 원작 시리즈 제목은 ‘얼음과 불의 노래’로 지금까지 1억권 가까이 팔렸다. ‘펠리컨 프리프’ ‘레인메이커’ 등을 쓴 법정 스릴러 대가 존 그리셤과 ‘링컨 차를 탄 변호사’의 원작 소설가 마이클 코넬리도 포함됐다.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이자 베스트셀러 ‘인생 수정’ ‘자유’로 잘 알려진 조너선 프랜즌이나 맨부커상 수상 작가 조지 손더스 등 순수문학 작가들도 소송에 동참했다.
작가들은 챗GPT가 책을 요약하거나 책 내용을 기반으로 다른 저작물을 만들어낸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한다. 챗GPT 학습 데이터에 이들의 책을 포함시켜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소장에 따르면 한 프로그래머가 챗GPT를 사용해 마틴이 출간하지도 않은 ‘얼음과 불의 노래’ 속편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다. 실제로 챗GPT에 “드라마 ‘왕좌의 게임’ 완결 이후 이야기를 상상해 줄거리를 작성하라”고 명령하면 기존 등장 인물과 배경,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가는 속편을 만들어낸다.
생성형 AI가 저작권 논쟁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이미지·영상 플랫폼인 미국 게티이미지도 올초 영국 이미지 생성 기업 스테빌리티AI가 게티 소유 이미지 수백만장을 AI 학습에 사용했다며 지식 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최대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다. 챗GPT가 WSJ 기사를 비롯해 로이터·가디언·BBC 등 주요 외신들을 참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의 저작권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표현의 자유 등을 위해서는 저작권이 있는 자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AI에 대해서는 뚜렷한 판례가 없다. 일본은 AI 학습과 빅데이터 연구에 쓰이는 데이터는 저작권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해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저작권이 누구에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한국에서도 AI의 저작권 침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네이버 같은 국내 테크 기업이 AI의 학습을 위해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가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8월 네이버·카카오·구글코리아·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뉴스 저작권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