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 노트 앱(App)에 머물지 않고, 학생을 위한 교육계 수퍼 앱이 될 겁니다.”
지난 19일 한국을 찾은 스티븐 챈(34) 굿노트 대표가 본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챈 대표가 개발한 모바일 앱 ‘굿노트’는 월간 이용자 수가 2150만명에 달하는 세계 1위 디지털 필기 노트 서비스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앞다퉈 자사 제품 적용을 홍보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에선 ‘올해의 아이패드 앱’으로 선정됐고, 삼성은 지난달 태블릿 신제품을 출시하며 굿노트를 처음 탑재했다고 알렸다.
굿노트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지난달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교재를 내놓으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미국 SAT와 홍콩 HKDSE 등 대입 시험용 디지털 문제집을 앱 서비스에 포함했고, 이달엔 한국 수능 수학 문제집도 출시했다. 문제집을 단순히 디지털로 옮긴 게 아니다. 앱에 탑재된 AI가 손으로 쓴 수학 공식과 방정식을 읽고 해석해 실수가 있으면 힌트를 제공하고 단계별 풀이도 제공해준다. 챈 대표는 “필기 관련 AI 기술은 굿노트가 유일하다”고 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인앱 결제 서비스도 내놨다. 각종 노트 속지 디자인과 스티커 등을 유료 판매하는 디지털 문구점이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이유 역시 이 문구점에 상품을 공급하는 국내 스타트업 누트컴퍼니에 25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굿노트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덩치를 키웠다. 이전 월간 이용자 규모는 200만명에 불과했다. 챈 대표는 “디지털 전환으로 승승장구하다가 엔데믹이 오자 주저앉는 IT 기업이 많다”며 “하지만 디지털 노트는 한번 사용하면 저장한 필기를 언제든 손쉽게 찾을 수 있어 록 인(Lock-in) 효과가 강했다”고 했다. 디지털 노트를 한번 써본 사람들이 종이를 다시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작년 한 해 굿노트에서 생성된 디지털 노트는 19억권에 달한다.
홍콩과 런던에 본사를 둔 비상장사 굿노트는 재무 성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업계에선 워낙 수익이 많아 외부 투자를 받지 않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용자 수와 유료 서비스 가격을 단순 계산해도 수천억원 규모다. 챈 대표는 “지금까지 적자를 본 적이 없다”면서 “나도 회사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했다. 2010년 등장한 굿노트의 시작은 조촐했다. 홍콩 출신으로 호주 퀸즐랜드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는 필기량이 많다 보니 가지고 다닐 노트를 줄이기 위해 굿노트를 개발했다. 챈 대표는 “처음 창업 후 5년 정도는 1인 기업으로 운영했다”며 “지금은 직원이 180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