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키옥시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회복 기조에 접어들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세계 2위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두 회사가 실제로 합병할 경우 삼성전자를 제치고 낸드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2일 일본 재팬타임스와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최근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일본 은행 3곳에 최대 2조엔(약 18조원)의 대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키옥시아의 대주주인 베인캐피털이 기업 합병을 위한 자금 5000억엔을 출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두 회사의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두 업체는 지난 2021년부터 합병을 추진했지만 각 사의 지분 가치 평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낸드 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단독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합병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낸드 업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D램과 달리 삼성, 키옥시아, SK하이닉스,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 5개 업체가 고루 시장을 나눠 갖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이 다시 추진되면서 한국 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키옥시아의 시장 점유율은 19.6%, 웨스턴디지털이 14.7%다. 단순 합산하면 1위 삼성전자(31.1%)를 뛰어넘기 때문에 시장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낸드 시장 3위 업체인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의 주요 주주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키옥시아의 전신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가 지난 2017년 매각될 당시 미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49.9%의 지분을 가져갔다. SK하이닉스는 당시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4조원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 중 일부는 키옥시아가 기업공개를 하게 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가진 키옥시아 지분 가치는 지난 6월 기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됐다. 외신에 따르면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각각 49.5%, 50.5%의 지분율로 합병 법인 설립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합작사 설립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다만 두 업체의 합병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합병을 위해선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허가가 필요한데 반도체 자국 주의 기조 탓에 각 정부의 심사 문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