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최고경영자)가 2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나델라는 이날 구글의 반독점 재판에서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력 때문에 다른 서비스는 설 자리가 없다. 이는 AI 시장에서도 심각한 악순환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EPA 연합뉴스

구글·아마존·메타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독점 소송이 본격화되면서, 테크업계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빅테크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기술 발전을 주도한다는 이유로 별다른 제약 없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사업을 펼치면서 검색, 전자상거래, 소셜미디어 등 각 분야에서 ‘절대 권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독점이 권력화되면서 정당한 경쟁을 저하한다고 판단한 미 정부가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기업이 강제 분리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구글의 검색 시장 반독점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26일에는 아마존의 물류·광고 서비스가 제소됐다. 메타도 내년 경쟁사 부당 인수와 관련된 반독점법 재판을 앞두고 있다. 거세지는 규제 물결 속에서 이미 굳어진 시장 판도를 재편하려는 시도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쟁사에 불리한 증언을 하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자사 서비스의 확장을 노리는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나델라 MS CEO의 ‘구글 비판’ … 25년전 反독점 소송 당했던 MS, 이젠 구글 공격

2일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구글 반독점 재판정에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증인으로 섰다. 뉴욕타임스는 “3시간30분 이상 이어진 증언에서 나델라 CEO는 직설적이고 전투적인 태도로 MS가 구글의 검색 엔진을 극복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기준 전 세계 검색 엔진 점유율에서 구글은 83.49%, 2위 MS의 ‘빙’은 9.19%이다.

나델라는 이날 “다들 인터넷을 ‘오픈웹’이라 하지만, 사실상 ‘구글웹’밖에 없다”며 “사용자에게 검색 엔진 선택권이 있다는 생각은 ‘완전한 가짜’ ”라고 했다. 이번 소송에서 구글이 “사용자는 언제든 다른 검색 엔진을 쓸 수 있어 독점 행위가 아니며, 구글을 많이 쓰는 이유는 단순히 서비스가 더 좋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을 정면 반박한 발언이다.

그래픽=김하경

나델라는 “기본 설정이라는 것은 검색 행위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변수”라고도 했다.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IT 기기에 기본으로 탑재된 검색 엔진만을 쓰게 되며, 빙을 비롯한 다른 서비스들은 아예 이용자의 눈에 띄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인 “구글이 스마트폰 기업들에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대가를 제공해 기본 검색 엔진으로 구글 서비스를 탑재하고 시장을 불법 장악했다”는 미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나델라는 구글의 지배력이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키는 콘텐츠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구글이 갖고 있는 이점은 (AI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갇혀 있는 이 악순환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검색 분야의 발전은 (구글이 독점하는) 더 나쁜 악몽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줄줄이 이어지는 반독점 소송

구글의 반독점 소송은 지난 1998년 시작된 MS에 대한 반독점 소송 이후 25년 만에 최대 규모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윈도에 인터넷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 MS는 빌 게이츠 CEO가 퇴진하고, 끼워팔기 행태를 중단하고서야 기업 분할 위기를 벗어났다. 테크업계에선 구글이 스마트폰에 구글 검색 엔진을 기본 탑재하는 관행을 포기하지 않고 재판에서 지게 될 경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검색 사업을 분할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정부가 1900년대 초부터 석유·담배·유선전화 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거대 기업을 강제 분할한 역사가 인터넷 시대에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빅테크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 위원장이 이끄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26일 아마존의 핵심 사업인 물류 서비스를 입점 판매자들에게 사용하도록 강제하면서 시장을 장악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아마존은 물류 서비스의 일부를 매각하거나 분리해야 할 수도 있다. FTC는 2020년 12월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와츠앱을 인수한 것에 대해서도 소셜미디어 경쟁을 저하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내년에 시작되는 재판에서 메타가 패소하면 핵심 수익원인 인스타그램이나 와츠앱 매각 명령이 떨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