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무인 중고폰 거래 기계 ‘민팃’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관 상태를 확인해 A~D등급을 매기는데,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이 잇따라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자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중고로 내놓으려는 이용자가 늘면서 ‘민팃 고시’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여러 차례 시도한 뒤에야 좋은 등급을 맞을 수 있다는 조롱 섞인 얘기입니다.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민팃은 매년 100만대 이상의 중고폰을 매입합니다.

기기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집 근처 통신사 대리점, 삼성 스토어, 하이마트 등에 설치된 민팃 ATM기를 찾으면 됩니다. 기계 안에 스마트폰을 놓으면 7개의 카메라가 외관을 확인해 A~D등급을 매긴 뒤 매입가를 결정합니다. 예컨대 흠집이 없고 화면에 잔상이 없는 경우 A등급, 일부 흠집이 발견되면 B등급인 식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등급 판정이 들쑥날쑥이라는 데 있습니다.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넣을 때마다 등급이 다르게 나온다고 합니다. 서비스 센터에서 전체 수리를 받은 리퍼 제품이 C등급이 나온다는 후기까지 잇따르면서 기기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직장인 최모(31)씨는 최근 서비스 센터에 들러 사용하던 갤럭시 Z 플립4 스마트폰 외관 교체를 하고 나오며 같은 건물에 있는 민팃 기계에서 C등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최씨는 “인근 하이마트와 대리점을 돌며 다시 판정을 받아봤더니 B등급과 C등급이 번갈아 나왔다”며 “AI 등급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안경닦이와 알코올 솜으로 내부 카메라와 유리판을 닦아라’ ‘스마트폰에 묻은 지문이 없어야 한다’는 식의 팁이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민팃 측은 “카메라나 기기에 먼지가 묻은 경우 일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검수 과정을 다시 거치는 등 최대한 보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팃은 중고폰 상태를 판정하는 데 들어가는 인력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첨단 AI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