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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에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주인공이자 미국 원자 폭탄 개발을 이끈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아인슈타인 등 많은 과학자가 등장합니다. 남성 연구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유일하게 거론되는 여성 과학자가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창이던 20세기 중반 원자핵 연구에 획기적 성과를 남겼지만 남성 중심적 풍토가 강했던 당시 과학계 분위기 탓에 노벨상을 받지 못한 ‘불운의 과학자 ’엘리제 마이트너(Elise Meitner·1968년 사망) 박사입니다.
영화 오펜하이머 개봉을 계기로 원자핵 연구에 공헌한 주요 과학자들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가운데 노벨 과학상 발표 주간을 맞아 잊혀졌던 마이트너 박사에 대한 재평가가 새롭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특집 기사를 통해 원폭 개발 막후에서 활약하며 ‘원폭의 어머니’라 불린 마이트너가 여성, 유대인이라는 점 때문에 국제 과학계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오펜하이머 같은 과학자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겠지만, 실제 결정적 연구 성과를 올린 마이트너 박사는 모르는 분이 많을 것 같으 연구자로서 그의 생애를 거꾸로 추적해보는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노벨상이 외면한 ‘원폭의 어머니’
마이트너 박사는 노벨 화학,물리상을 받은 첫 여성 과학자였던 마리 퀴리를 잇는 천재 여성 과학자였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처음으로 핵분열 실험을 입증하는 연구에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핵분열은 원자폭탄 제작의 핵심 원천기술입니다. 핵분열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을 계기로 미국과 독일에서 경쟁적으로 원폭 개발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마이트너는 독일 화학자 오토 한(1968년 사망)과 함께 독일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원소 프로탁티늄(Pa)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뛰어난 업적에도 마이트너는 나치 정권의 득세로 1938년 스웨덴으로 망명을 택했습니다. 독일에서 계속 연구 활동을 했던 오토 한과는 서신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굳이 공헌도를 따지자면 마이트너가 없었다면 원자핵 분열을 입증하는 게 어려웠을 만큼 그의 기여도는 절대적이었습니다. 오토 한이 실험 결과에 대해 해석하지 못할 때마다 이론적으로 현상을 설명해 준 사람이 마이트너였습니다.
결정적 계기는 1938년 핵분열을 처음 발견한 연구였습니다. 오토 한은 동료 과학자 프리츠 슈트라스만과 공동으로 우라늄 원자가 전하가 없는 중성자와 충돌하는 실험을 했는데 실험 전까지는 충돌 과정에서 중성자가 흡수돼 더 무거운 원소가 생길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훨씬 가벼운 바륨(Ba)이 됐습니다. 핵분열을 처음 발견한 계기입니다.
두 ‘남성’ 과학자는 마이트너에게 SOS를 보냈습니다. 마이트너는 처음 접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우라늄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중성자와 충돌하면 분열한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이어지는 행보가 더 파격입니다. 마이트너는 깨진 원자 조각이 바륨과 크립톤으로 나뉜 것이라는 가설 하에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방정식 E=mc2(질량,에너지 등가 원리)를 기반으로 질량 감소와 에너지 방출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핵분열이라는 현상을 처음 이론적으로 설명하게 된 것입니다.
◇100년 노벨상 역사에 여성 수상자는 60여명뿐
핵분열 현상을 처음 이론적으로 정립한 과정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마이트너 박사는 그 업적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오토 한이 194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지만 마이트너는 수상이 불발됐습니다. 지금도 노벨 과학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가 6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1940,50년대만해도 여성의 발언권이 열악하기 짝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마이트너는 1964년 노벨 물리학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끝내 받지 못했습니다.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 중 최고 화제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코로나 백신 개발을 이끈 커털린 커리코 독일 바이오엔테크 부사장이었습니다. 헝가리 출신으로 두 차례 암 수술과 이주 여성 과학자라는 유리 천장을 깨고 인류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세운 공로를 인정받은 사례입니다. 과학 연구의 획을 그은 핵분열 현상 규명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마이트너가 노벨상 무관에 그친 일이 다시 한 번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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