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뉴스1

이달 말 퇴직을 앞둔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를 두고 카카오 주주들을 배신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 주가의 구원투수를 자처했지만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남궁 전 대표 본인은 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시된 카카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남궁 전 대표는 올 상반기 카카오게임즈에 재직하면서 부여받은 카카오 스톡옵션을 1만7000원대 행사가로 두 번에 걸쳐 총 23만7754주를 팔았다. 처분 당시 카카오 주가는 5만5700원과 5만8100원이었다. 주당 차익이 약 4만원 수준으로 총 94억3200만원의 행사차익을 거뒀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자기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일종의 보상이다.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재직하며 주가 상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표로 내정됐던 작년 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단순한 키워드로 임직원, 사회, 주주들에게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주자는 결론을 냈다”며 “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를 15만원 아래로 설정하지 않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주가가 당시의 2배 수준인 15만원이 될 때까지 사실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또 사내 게시판에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일체를 보류하며 주가 15만원이 되는 그날까지 최저임금만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취임 6개월 만에 사임했고, 사임과 함께 취임 전 내걸었던 약속은 공언이 됐다. 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의 차익을 챙겼고, 대표 사임 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상근 고문으로 재직하며 2억5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남궁 전 대표가 올 상반기 행사한 스톡옵션은 카카오가 아닌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역임하던 시절 받은 것이지만, 주가가 15만원이 넘을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던 주주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인다.

남궁 전 대표는 이달 말 카카오를 떠난다. 그는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8년 간 함께 해온 카카오와 10월 말 이별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며 서강대학교 초빙교수로 새 출발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가을 학기부터 ‘사회인 준비 특강’이라는 교양 과목을 맡는다.

한편 카카오 주가는 13일 현재 4만3300원을 기록 중이다. 남궁 전 대표가 취임했던 지난해 3월 말 주가(10만원)와 비교하면 반 토막에도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