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전자 산업을 상징하는 기업인 도시바가 오는 12월 20일 상장폐지한다. 회사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달 도쿄에서 임시 주총을 연 뒤 12월에 상장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49년 도쿄 증시 상장 이후 74년만에 상장 기업 역사를 끝내는 것이다.
도시바는 최근 일본 투자펀드 ‘일본산업파트너즈’(JIP)가 도시바 주식 공개매수를 실시해 전체 주식의 78.65%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도시바 인수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가 성립된 것이다. 기준을 충족한 JIP는 나머지 주식도 강제 매입할 수 있다. 교도통신은 “다음달 주총에서 JIP측이 취득하지 못한 주식을 매수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IP측은 도시바 상장폐지 이후 기업 가치를 올려 재상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0년 역사의 일본 대표 테크 기업의 몰락
1875년 장비제조업체로 시작해 150년 역사를 가진 도시바는 일본 전자 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 본격 뛰어들기 전인 1970년대 후반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했다. 1977년 세계 최초로 4Kb 용량의 CMOS RAM을 개발했고, 1980년에는 세계 최초로 ‘NOR형 메모리’를 개발해 플래시 메모리 개념을 처음 창시한 기업이 됐다. 6년 뒤에는 지금의 플래시메모리 전형으로 쓰이고 있는 ‘낸드(NAND)형 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다. 1985년에는 현대적 형태의 휴대용 노트북PC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회계 부정, 미국 원전 자회사의 손실 등 굵직한 악재가 터지며 회사는 휘청거렸다. 도시바는 2008년 4월부터 2014년 말까지 영업 등에 들어간 비용은 축소하고 매출이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세전 이익을 실제보다 2248억엔(현재 환율로 약 2조원) 높여 기재하는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 결국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인 벌금 73억7700만엔을 납부했다.
2016년에는 미국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가 거액의 손실을 내면서 경영 위기에 몰렸다. 회사는 상장폐지 위기를 피하고자 2017년 60개 해외 투자펀드로부터 600억엔의 대규모 증자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인수를 제안한 JIP와 손잡고 기업 재건을 추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