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3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금융 당국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부터 카카오모빌리티를 대상으로 회계 처리 적정성을 들여다보는 회계감리에 착수했고, 금감원은 이 조사에서 자회사와의 가맹 계약에 대해 ‘매출 부풀리기’ 정황을 포착했다. 고의적으로 매출을 부풀린 것으로 판단되면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의 위기는 이뿐이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다른 택시 호출 서비스에 가입한 택시에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카카오 계열사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를 조사하고 있다. 모기업인 카카오가 SM 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금감원 “고의적 매출 부풀리기”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로열티로 받고, 이를 재무제표상 매출로 집계한 것을 ‘매출 부풀리기’로 판단했다. 가맹 택시는 ‘카카오 블루’라 부르며 카카오 캐릭터가 그려진 택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분을 갖고 있거나, 가맹 계약을 맺은 운수 회사들이 운영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를 통해 20% 로열티를 받는 대신, 가맹 택시들이 운행 데이터 등을 제공하고 광고·마케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운행 매출의 15~17%를 돌려준다. 20% 중 16%를 가맹 택시에 돌려주기 때문에 실제 매출은 4%에 불과한데, 로열티 20% 전체를 매출로 반영해 매출 규모를 약 3000억원 부풀렸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다시 돌려주는 (제휴 비용)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매출을 집계한 것은 회계 원칙상 문제 소지가 있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고의적인 매출 부풀리기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로열티 지급(20%)과 제휴 계약(16% 환급분)은 독립적인 별도의 계약”이라며 “택시 회사로부터 로열티를 일시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제휴 비용은 계속 지급해왔다. 두 계약이 별개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별도 계약인 만큼, 기존 회계 반영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영업이익이 그대로인데 매출을 부풀린다고 해서 회사의 본질적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회사의 이익은 그대로인데 매출만 높아지는 경우, 영업이익률이 떨어져 회사 가치가 하락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거래나 서비스를 중계하는 플랫폼 기업의 경우 매출을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계속 있었다”면서 “카카오모빌리티가 감사를 받은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이 문제없다고 판단한 사안이어서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르면 내년 초 감리를 마무리하고 감리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상정할 예정이다. 혐의 유무와 제재 수위는 감리위와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방식이 수천억원 규모의 ‘고의적 분식회계’로 확정되면 검찰 고발이 유력하다. 또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매출(7915억원)의 40% 가까이가 회계 조작 거품으로 확정될 경우 기업 신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정위 이번엔 콜 차단도 제재 착수
카카오모빌리티에 칼날을 들이미는 건 금감원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해 과징금을 물리고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보냈다. UT·타다·마카롱 등 다른 택시 호출 서비스에 가입한 가맹 택시에 카카오T 호출(일반 호출)을 아예 차단해 버렸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 가맹 택시 번호판 신고를 받아 배차 배정을 차단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등 갑질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택시 호출 시장의 95%를 장악하며 모빌리티 혁명을 내세운 카카오가 실제로는 배차를 통제하며 택시와 승객 모두를 기만한 꼴”이라고 했다.
카카오T는 지난 2월에도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에 ‘콜 몰아주기’ 혐의로 과징금 271억원을 부과받았다. 승객에서 더 가까운 거리에 다른 택시가 있는데도 가맹 택시에 우선 배차를 해주거나, 가맹 택시에 유리한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한 혐의였다. 회사 매출에 유리한 택시엔 ‘콜 몰아주기’, 매출에 불리한 택시엔 ‘콜 차단’을 했다는 것이다. 콜 몰아주기는 과징금과 별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검찰 고발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