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DR5 D램(위), SK하이닉스 10나노급 5세대 DDR5 서버용 D램 모듈./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공

메모리 반도체의 고정 거래가격(기업 간 거래 가격)이 약 2년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마침내 반등했다. 길었던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끝나고 본격적인 가격 상승세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 1Gx8 2133MHz’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달 1.5달러를 기록했다. 전달 1.3달러에서 한 달 사이 무려 15.38%나 오른 것이다. D램 고정 거래가격이 상승한 것은 2021년 7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상승률로는 지난 2021년 4월(26.67%) 이후 최대였다.

D램 가격 반등은 올 초부터 이어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효과와 IT 기기 제조사의 메모리 재고 소진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감산으로 인해 공급이 줄었고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타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며 “3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한 자릿수 중반(퍼센트) 정도, 낸드의 경우 한 자릿수 초반 상승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출하량 증가와 ASP 상승으로 3분기 D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고정 거래가격도 하락세를 끊어내고 반등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 ‘낸드 128Gb 16Gx8 MLC’의 10월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3.88달러로 전달 대비 1.59% 올랐다. D램과 마찬가지로 2021년 7월(4.81달러)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다 2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사업 실적이 조기에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3조7500억원의 적자를, SK하이닉스는 1조79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업계 전반적인 재고 축소로 인해 D램과 낸드 모두 가격 하락이 멈춘 부분은 메모리 업황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뚜렷한 방향을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