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 업체 크래프톤은 오는 16일 열리는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3′에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다크앤다커’는 던전을 탐험하고 아이템을 모아 생존하는 PC 게임이다. 작년 공개 이후 동시 접속자 수 10만 명 이상을 모으는 등 인기를 끌었고, 지난 8월 크래프톤은 이 게임을 개발한 아이언메이스와 모바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이 게임이 넥슨의 미출시 게임 ‘P3′를 무단 유출해 개발했다는 혐의로 재판 중이라는 것이다. 아이언메이스는 넥슨 게임 개발팀에서 나온 이들이 창업했다.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 원작의 이름만 사용했고, 그 외 자산들은 100%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입장이지만, 상도의를 저버렸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행보를 두고 “게임 업계 전반의 유명 IP(지식재산권) 의존증이 나타난 단적인 사례”라는 반응이 나온다. 배틀그라운드 이후 별다른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크래프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유명 IP에 의존하는 것은 크래프톤뿐만이 아니다. 게임 업계 전반이 침체되면서 대형 게임 업체들까지 자체 게임 개발보다는 유명 IP 원작 게임이나 외부 게임 퍼블리싱(유통·배급)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근시안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유명IP·퍼블리싱 의존증 커졌다

주요 게임 업체들의 주가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고점에 비해 약 4분의 1 토막이 난 상태이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바닥을 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대작 게임을 개발하기엔 시장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면서 “검증된 IP 원작 게임이나 퍼블리싱을 통해 어떻게든 실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 게임 업체들의 당면 과제가 됐다”고 했다.

넷마블은 올해 7월 유명 웹툰 ‘신의 탑’을 원작으로 한 ‘신의 탑: 새로운 세계’를 출시했다. 연내 출시 예정인 신작들도 인기 웹소설 원작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드라마 원작의 ‘아스달 연대기’ 등 유명 IP를 기반이다. 지스타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의 ‘일곱 개의 대죄’ 게임을 공개한다. 외부 업체가 개발한 게임을 배급하는 퍼블리싱도 많아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RPG(역할수행게임) ‘아레스’ 퍼블리싱작이다. 웹젠은 일본 개발사가 만든 서브컬처(애니메이션풍) 신작 2종을 퍼블리싱 했고, 스마일게이트도 올해 퍼블리싱 신작 3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양진경

◇결국은 자체 개발 필요

하지만 유명 IP나 퍼블리싱은 결국 양날의 칼이 된다. 웹툰, 웹소설 등 유명 IP를 원작으로 게임을 제작하면 원작자에게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매출은 올릴 수 있지만 영업 이익률은 떨어지는 구조이다. IP 원작 게임을 다수 서비스하고 있는 넷마블이 올 2분기 지출한 수수료는 2403억원으로, 매출 6033억원의 약 40%를 차지했다. 퍼블리싱 역시 계약 수수료로 인해 마진율이 자체 개발보다 떨어진다.

올해 흥행한 작품들 모두 자체 IP 게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넥슨의 해양 모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와 네오위즈의 액션 게임 ‘P의 거짓’은 각각 200만, 100만장 이상 판매됐고,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후보에 올랐다. 두 게임 모두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된 자체 IP 게임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명 IP 게임은 원작의 인기가 높을 때 만들어지기 때문에 수명이 길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단기간에 수익을 끌어올리더라도 안정적인 캐시카우(수익원)가 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