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진심으로 에어비앤비가 인공지능(AI) 활용 서비스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되길 바랍니다.”
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소호 중심에 있는 행사장 ‘214 라파엣가(街)’에서 만난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AI 기반 혁신이 에어비앤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체스키 CEO가 국내 매체와 대면 인터뷰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날 이곳에서 숙박 공유 앱의 신기능을 발표하는 행사를 열었다. 체스키 CEO가 직접 집주인과 이용객의 불만을 듣고 서비스 개선 사항을 공개하는 자리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기조연설에 나선 체스키 CEO는 작성자의 여행 기간과 반려동물 동반 여부 등 상세 정보가 추가된 리뷰 창, 평점과 후기가 극히 좋은 최상위 숙소만을 나열한 ‘게스트 선호’ 리스트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체스키 CEO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커뮤니티의 피드백에만 의존하는 업데이트를 발표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지난 수년간 핵심 사업인 숙박 공유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론 AI 기술 혁명 시대에 생겨나는 새로운 기회를 잡는 데 힘쓰고 싶다”고 했다.
◇에어비앤비, AI로 대전환 나선다
체스키 CEO는 천재 개발자가 득실거리는 실리콘밸리 창업계에서 이력이 특이한 인물로 꼽힌다. 보디빌더, 하키 선수 출신인 데다 미국 명문 미대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을 나와 산업 디자이너로 일했다. 2007년 샌프란시스코의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룸메이트였던 조 게비아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와 거실에 매트리스를 깔고, 호텔을 못 잡은 대형 콘퍼런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민박’ 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 에어비앤비의 시초가 됐다.
체스키는 개발자 출신이 아니지만 혁신 기술에 관심이 높기로 유명하다. 특히 절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에게 AI 기술에 관한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은 지난달 25일 X(엑스) 게시 글에 체스키를 태그하며 “내가 가장 어려울 때 도움을 준 그는 (도움에 대한)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직 AI 가르쳐주기만을 요구했다”고 했다.
올트먼의 영향으로 AI 기술의 중요성에 눈을 떴지만 활용 방식은 달랐다. 체스키는 “90년대 닷컴 버블을 생각하면 지금의 AI 붐으로 생겨난 수많은 서비스 중 90% 이상이 사라질 것이 필연적”이라면서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오픈AI의 챗GPT는 아직 완전하지 못해서 바로 에어비앤비에 도입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초거대 언어 모델(LLM)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달리 이를 활용한 상용 서비스 활성화에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AI 혁신은) 구체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에어비앤비는 자체 숙소 사진을 1억장 이상 학습한 AI가 무더기로 올라온 집 사진을 자동으로 거실·주방·화장실 등으로 분류해주는 신기능을 공개했다. 체스키 CEO는 또 “AI 고객 센터 서비스도 구축하고(working on) 있다”면서 “수백 만 가지 숙소 정보와 에어비앤비 정책을 학습한 AI가 다양한 언어로 24시간 작동하는 안내인 역할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했다. “AI 시대엔 프런트 데스크가 있는 호텔과 에어비앤비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체스키 CEO는 “한국은 에어비앤비가 진출해 있는 수많은 나라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조만간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K팝의 인기로 관광 시장이 커진 데다, 에어비앤비의 침투율이 아직은 낮은 편이라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한국을 찾는 젊은 층이 많아졌는데, 이들은 호텔보다 에어비앤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우리에겐 유리하다”고 했다.
국내에서 도심 아파트 등의 숙박 공유가 법으로 막혀 있는 상황에 대해 체스키 CEO는 “우리의 상위 20국가 중 80%가 관련 규제를 갖춘 시장”이라며 “어디서도 불법적 영업을 할 생각은 없으며, 모든 지역에서 현지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고 배워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