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컴업 2023'의 참가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스타트업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행사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사절단을 보내 자국 스타트업을 홍보하는 공간을 운영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9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앞. 다양한 국적·인종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투자자 3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 2023’에서 유망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러 온 이들이다. 행사장 안에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각자 부스에서 회사 홍보를 하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스타트업 미라나 테크놀로지의 마타르 알 메하이리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 오피스 앱과 소셜미디어 관련 서비스 두 가지를 선보이고 있다”며 “아프리카, 미국과 함께 한국 서비스 확장을 계획하고 행사에 참여했다”고 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컴업은 한국의 우수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알리고 한국 창업 기업들이 글로벌 스타트업들과 교류하는 장이다. 특히 올해는 진정한 글로벌 행사가 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구성이 다양해졌다. 10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컴업에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미국, 일본 등 35국 700여 명의 스타트업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사우디와 UAE는 아예 사절단을 보내 단체 부스를 꾸렸다. 행사에 참여한 스타트업 200곳 중 60%에 해당하는 120곳이 해외 스타트업이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스타트업은 물론, 한국에 자신들을 알리고 싶은 해외 스타트업이 참가해 어우러지는 장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달라진 한국 스타트업과 생태계의 위상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래픽=양진경

◇영어로 개막식, 구트라·히잡도

이번 컴업 개막식은 영어로 진행됐다. 행사에 참여한 한국인들이 리시버를 끼고 통역을 듣는 낯선 풍경이 이어졌다. 행사를 주관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한국어로 환영사를 한 연사들도 있었지만, 참가자 대다수가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회는 영어로 진행했다”고 했다. 작년까지 개막식을 비롯한 컴업 행사 대부분은 한국어로 진행됐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경 없는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창업 및 취업 비자 제도를 완화하고 내년까지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펀드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행사장 내 참관객도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해외 스타트업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 존’에서는 각기 다른 국적의 참가자들이 비즈니스 미팅을 갖느라 여념이 없었다. 주최 측은 컴업을 세계 5대 스타트업 축제로 만들겠다며 이 공간을 올해 처음 꾸렸다. 사우디와 UAE 국가관 근처에는 중동 의복인 구트라나 히잡을 두른 사람도 많았다. 사우디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줄레브의 유서프 잠줌 CEO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컴업에 참가했다”며 “아시아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K스타트업도 해외로

국내 스타트업 역시 각자의 부스에서 글로벌 투자사들과 만나며 해외 진출을 타진했다. 애그테크(농업 기술) 스타트업 ‘애그유니’는 척박한 환경에서 약용 작물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에어돔’을 개발했는데, 중동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권미진 애그유니 대표는 “미국 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행사를 통해 더 많은 해외 기업들을 만나고 있다”며 “우리 기술이 중동 환경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아 향후 협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폐타이어를 원료로 열분해유, 카본 블랙을 만드는 스타트업 엘디카본의 관계자는 “사우디 측에서 먼저 부스를 방문해 ‘폐타이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 있는데 협조를 해보겠느냐’고 제의했다”고 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올해 글로벌 참여가 작년의 2배 이상 늘어난 만큼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