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글로벌 테크 업계 최고의 스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7일(현지 시각) 예고 없이 해고됐다.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를 출시하며 전 세계에 급격한 AI 붐을 일으킨 지 단 1년 만이다. 그가 몸담은 사이 오픈AI 기업 가치는 860억달러(약 111조5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올트먼은 말 그대로 기업 역사상 회사를 가장 빠르게 키우고, 또 가장 빠르게 해고된 CEO가 된 것이다.

17일 오픈AI 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올트먼이 회사를 계속 이끌 능력이 있는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그의 솔직하지 못한 소통 방식이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고 경위를 밝혔다. 오픈AI 내부에선 올트먼 해고를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수석 과학자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평이 나왔다. 이사회는 이와 함께 오픈AI 회장이자 이사회 의장인 그레그 브로크먼도 이사회에서 축출했다. 브로크먼은 즉시 회사에 사의를 표명했고, 오픈AI 수석 연구원 3명도 회사를 떠났다. 8년 전 브로크먼의 아파트에서 ‘전 인류를 위한 AI’를 구축하자며 머리를 맞댄 젊은 천재 개발자과 기업인들이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으로 반목(反目)하게 된 것이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 시각) 회사 이사회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정확한 해고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AI 개발에 대한 이견으로 양측이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6일 올트먼이 미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애플에 해고된 잡스 닮은꼴…어떻게 가능했나

실리콘밸리에선 “1985년 이사회가 돌연 해고했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이후 이 같은 이사회의 ‘피의 숙청’은 본 적이 없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배신과 모략이 난무하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범죄나 일탈 행위가 없는 창업자를 축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가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성희롱 및 회사 운영 부실 등 문제가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하루아침에 올트먼 해고가 가능했던 것은 오픈AI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2015년 오픈AI는 인간 수준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반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안전하게 구축한다는 목표를 가진 비영리 단체로 시작했다. 오픈AI 홈페이지는 “비영리 단체는 (자회사인) 오픈AI를 완전히 통제한다”고 명시했다.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 브로크먼, 수츠케버 3인의 사내이사와 3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오픈AI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다. 반면 오픈AI에 130억달러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투자자들에겐 수익 배분 권한만 있을 뿐 회사의 주요 결정을 담당하는 이사회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브로크먼을 제외한 이사회 4인이 찬성표를 던지기만 하면 올트먼을 해고할 수 있었던 것이다. MS는 올트만 해임 사실을 성명 공개 1분 전에 겨우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I 개발 방향에 대한 이견이 원인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이 해고된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실리콘밸리 테크계에선 수츠케버와 올트먼 사이에 AI 개발 방식에 대한 이견이 컸던 것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딥러닝(심층 학습)’의 아버지로 꼽히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의 수제자인 수츠케버는 AGI가 인류 사회에 가져올 위협을 고려해 안전하고 천천히 AI를 내놔야 한다는 ‘온건파’다. 하지만 올트먼은 최근 열린 오픈AI 개발자 대회에서 다양한 소비자용 제품을 내놓는 등 AI의 실제 사업화에 속도를 내는 ‘급진파’다. 여기다 올트먼은 최근 애플 디자이너 출신 조너선 아이브와 AI 기기 개발을 위한 스타트업 창업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츠케버는 올트먼이 ‘인류를 위한 AI의 안전한 개발’이라는 이사회의 책임을 무시했다고 판단하고, 그를 회사에서 내쫓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올트먼과 브로크먼이 최근 사우디계 펀드와 투자를 논의하는가 하면 새로운 AI 회사 창업을 추진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하지만 이미 AI계의 거물이 되버린 올트먼이 이대로 오픈AI에서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18일 외신을 종합하면 MS의 주도하에 투자자들은 올트먼의 복귀를 이사회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올트먼이 없는 오픈AI의 기업 가치가 폭락해, 투자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올트먼 해고 사실을 듣고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 해고 하루 만에 그를 다시 복귀시키는 안을 고민 중이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 전략 책임자(CSO)는 18일 저녁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올트먼 등 핵심 멤버들이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올트먼 역시 복귀를 고려하고 있으나, 완전히 새로운 이사회 구성과 지배구조를 조건으로 내세웠다”며 “또 자신의 해고 사태 이후 사표를 낸 직원들의 전면 복직도 요구했다”고 전했다. 올트먼이 복귀하면 수츠케버를 비롯한 반란을 주도한 이사들이 숙청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