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완제품 부문(DX)을 총괄하는 한종희 부회장과 반도체(DS) 부문을 총괄하는 경계현 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했다.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 갈등 같은 불안 요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직 안정을 우선시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사업 발굴을 전담하는 미래사업기획단을 부회장급 조직으로 신설하며 새 먹거리 찾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7일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2명, 업무 변경 3명 등 총 5명 규모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사장 승진자가 2명인 소폭 인사지만 통상적으로 12월 초에 하던 인사를 1주일가량 앞당겼다.
◇창사 54년 만 1970년대생 사장
2021년 조직 개편 이후 각각 DX 부문과 DS 부문을 맡아온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유임됐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SAIT(옛 종합기술원) 원장도 겸임한다. 당초 반도체와 완제품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 이어지며 기존 경영진이 물갈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변화와 쇄신보다는 경영 안정에 힘을 실은 것이다. DX 부문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과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DS 부문의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등도 모두 유임됐다.
차세대 리더에 대한 발탁 인사도 있다. DX 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업부장(사장)으로 TV 전문가인 용석우(53) 부사장이 승진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면 1970년대생 사장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0년 전무로 승진한 용 부사장은 이듬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년 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18년 연속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사업 성장에 기여한 차세대 리더를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적 리스크 대응을 강화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글로벌 대외협력 조직을 사장급으로 격상시키며 경영지원실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 실장(사장)으로 김원경 부사장이 승진했다. 김 부사장은 외교통상부 출신의 대외협력 전문가로 2012년 3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글로벌마케팅실 등을 거쳤다. 미중 반도체 분쟁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대응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삼성벤처투자는 이날 대표이사 사장으로 김이태 삼성전자 대외협력팀장 겸 글로벌미디어그룹장(부사장)을 내정했다. 김 사장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 출신으로 2016년 삼성전자 IR(투자자 관계) 담당 임원으로 입사해 경영지원실 전략그룹장 등을 거쳤다.
◇신사업을 찾아라...부회장급 조직 신설
신사업 발굴을 전담하는 미래사업기획단을 부회장급 조직으로 신설한 것도 눈길을 끈다. 기존에 팀 단위로 운영해 오던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을 전사적인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TV 같은 삼성전자 기존 사업들이 계속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되는 조직이다. 기존 사업 분야는 물론 삼성이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까지 폭넓게 들여다보며 인수·합병(M&A) 같은 작업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장은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이 맡는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와 이차전지 사업을 두루 경험하며 이들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17년부터 2021년 말까지 삼성SDI 대표이사를 지낸 후 이사회 의장을 맡아 왔다. 그간의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의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새 사업 발굴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8월 회장 취임 당시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했고 10월에도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