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넥슨이 공개한 메이플스토리 홍보 애니메이션 캡처. /유튜브

최근 게임 업계가 엄지와 검지로 물건을 잡는 ‘집게 손’ 모양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원래 길이가 짧다는 뜻으로 통용되지만, 극단 페미니즘 성향의 커뮤니티에서 한국 남성을 조롱하는 뜻으로 사용되면서 논란을 빚은 모양입니다.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 업체 ‘스튜디오 뿌리’가 만든 게임 홍보 영상에 이 같은 손 모양이 부자연스럽게 많이 들어있다는 주장이 나온 겁니다. 지난달 25일 넥슨 ‘메이플스토리’에서 시작된 논란은 ‘던전앤파이터’, 카카오게임즈의 ‘이터널 리턴’,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 등 업계 전반으로 일파만파 퍼져갔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팀장급 A씨가 과거 X(옛 트위터)에 올린 페미니즘 성향 글들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죠.

게임 업체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넥슨 등은 즉각 사과 공지를 올리고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넥슨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영상에 대해 검수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상들을 만든 스튜디오 뿌리 역시 두 차례 입장문을 내고 이용자에게 사과했습니다. 지금껏 게임 업계는 이 같은 ‘남성 혐오’ 논란으로 수차례 홍역을 치러왔습니다. 남성이 게임 이용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선 것이죠.

여성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성민우회·민노총 등은 지난달 28일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넥슨은 일부 사용자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논란을 멈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용자들의 의견에 휘둘려 실체도 없는 페미니즘 검열에 게임 업체가 앞장섰단 겁니다. 하지만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건 페미니즘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주 소비층이 싫어하는 상징을 하청 업체가 원청 모르게 넣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업체 입장에서 대중적 비난, 매출 감소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이런 와중에 포스코나 빙그레 같은 타 업계의 영상에서도 ‘집게 손’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원·하청 구조, 젠더 갈등처럼 원인을 찾으려면 끝이 없을 겁니다. 모두를 씁쓸하게 하는 논란이 계속 꼬리를 무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