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내부 기강 다잡기에 나섰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설루션(DS) 부문이 최근 사내 인사 포털 메인 화면에 ‘근태 부정 신고 센터’를 신설한 것입니다. 근태 부정이 의심되는 동료를 제보하면 회사가 이를 확인하는 구조입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뉴스1

일각에선 일부 직원 근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등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방증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현재 삼성의 근태 체크는 각자 출입증을 찍어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자동으로 입력되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다만 근무 시간에 식사·커피, 흡연, 개인 용무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 이를 ‘제외 시간’으로 따로 입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직원이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면서 제대로 입력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 삼성 측은 “특히 일부 고참 직원의 부정 근무 사례가 있고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젊은 직원들의 요구로 회사가 고육책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든 제도”라고 합니다.

불만도 있습니다. 삼성판 ‘오가작통법’ 아니냐는 것입니다. 오가작통법은 다섯 가구를 ‘1통’으로 묶어 상호 감시하게 만든 조선 시대 제도입니다. 결국 조선 시대처럼 삼성도 동료끼리 서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신고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직원들이 있다고 합니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옆자리 동료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서로 살펴보라는 게 허탈하다”고 했습니다.

불성실한 직원을 회사에서 조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동료끼리 서로 감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게 과연 건강한 회사인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 직장 1위에 뽑혔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임직원이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 시스템과 일하는 문화를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있다”는 문구를 인용했습니다. 감시가 없어도 직원들이 스스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고, 신뢰를 기반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 직장 삼성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