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AI에 맞선 동맹이 결성됐다. 글로벌 기업·대학·기관 50곳 이상이 참여하기로 한 ‘AI 동맹’이다. 동맹의 핵심은 독점 타파와 개방성·투명성 강조다. 오픈AI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서로의 AI 성과를 공유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집단 지성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IBM 주도로 개방형 AI 모델을 추진하는 AI 동맹이 출범했다. 동맹에는 미국 인텔, AMD, 오러클 등 기업과 AI 스타트업 사일로AI, 스태빌리티AI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예일대, 코넬대 등 대학과 미 항공우주국(NASA), 국립과학재단(NSF) 등 정부 기관까지 참여했다.
◇‘패쇄형’ 오픈AI에 맞선 ‘개방형 AI’
참가 기업과 기관들은 ‘개방성’을 앞세웠다. 소프트웨어와 모델 훈련 등 제작 전반의 데이터를 누구나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인 ‘오픈 소스’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AI 동맹은 이날 성명에서 “AI 발전은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고 학습하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며 “개방적이고 투명한 혁신은 모두에게 이 같은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가치”라고 했다.
영국 가디언은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오픈(열려 있다)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폐쇄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오픈AI를 비롯한 초기 AI 기업들이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고급 AI 모델 개발을 주도하며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리오 길 IBM 수석 부사장은 “지난 1년간 AI에 대한 논의가 생태계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했다. 닉 클레그 메타 사장도 “우리는 AI가 공개적으로 개발되면 더 좋다고 믿는다”며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며 안전한 방식”이라고 했다.
메타는 지난 2월 LLM(거대 언어 모델) 라마를 기업과 기관에 무료로 공개하며 개방형 AI의 선두 주자가 됐다. 전 세계 10만 곳 이상의 대학과 스타트업들이 라마를 내려받아 성능이 뛰어난 AI를 개발했다. 이렇게 나온 생성형 AI 중 일부는 챗GPT 등 수십조원을 투자해 개발한 기존 AI 성능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폐쇄형 AI 진영인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데이터나 소프트웨어를 외부로 공개하거나 다른 회사와 공유하지 않는다. 빠르게 AI를 개발하면서 시장을 독점하는 전략이다.
메타 AI 연구를 이끄는 얀 르쿤 메타 수석 AI 과학자는 지난달 “AI 개발을 둘러싼 실질적 위협은 AI 기술이 몇몇 빅테크에 집중되는 것”이라며 “AI에 대한 공포가 촉발한 규제들로 이미 몇몇 국가에선 AI의 개방적 연구가 불법이 되었는데, 기업·학계 간의 공동 연구를 막을수록 작은 기업들이 몰락하고 기술 권력이 소수에 집중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메타가 AI 동맹을 주도한 데는 르쿤의 강력한 경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르쿤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오픈AI의 기술을 따라잡고 자체 AI 챗봇을 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저커버크가 이 조언을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폐쇄성 싫다”며 오픈AI 떠났던 머스크
한편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AI 스타트업 ‘xAI’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공모에 나선다고 신고했다. CNBC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xAI는 이미 약 1억3500만달러를 유치했다. xAI는 지난달 첫 챗봇 서비스 그락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안전한 AI 발전을 모토로 지난 2016년 샘 올트먼 등과 함께 비영리 재단 오픈AI를 세웠지만 오픈AI의 폐쇄적인 운영을 비판하며 2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 창립 당시 오픈AI는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AI 개발을 목표로 오픈 소스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오픈AI가 설립 취지와 다른 방식으로 수익화를 추구하자 머스크가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4월 오픈AI에 맞설 스타트업 xAI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