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가 대표를 전격 교체하며 인적 쇄신에 나섰다. 카카오는 13일 오전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정신아(48)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IT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신아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카카오 안팎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 문화를 바꾸는 역할은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이 맡고, 정 대표는 회사 사업과 운영 전반을 이끌 것으로 보여 사실상 ‘투톱 체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범수 인맥 카르텔’ 아닌 첫 대표
카카오 안팎에서는 정 대표의 취임이 카카오 쇄신과 경영 정상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7주째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하는 등 내부 개혁에 힘쓰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진 사이 내홍까지 일어나는 등 잡음만 커지고 있다.
정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인공지능(AI)·로봇 등의 선행 기술,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IT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쇄신을 위해 외부 인사 영입도 고려했지만 카카오 내부 사정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다”며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카카오를 잘 아는 내부 인사 가운데 정한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카카오가 SM엔테테인먼트 인수전 당시의 주가 시세조종 혐의, 카카오택시 독과점 등 사회적 논란과 사법 리스크로 위기에 빠진 뒤 차기 대표로 유력하게 꼽혀왔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계열사 대표나 임원 등 요직에 김 위원장 인맥 위주의 인사를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남궁훈·여민수·이석우·임지훈·조수용·홍은택 등 전 카카오 대표 모두 김 위원장과 친분이 깊다. 하지만 비교적 늦게 카카오에 합류한 데다 계열사에서 일해온 정 대표는 김 위원장의 ‘인맥 카르텔’에 속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 대표는 연말까지 회사 구성원들의 쇄신 요구와 방향성을 들은 뒤 내년 초 계열사 대표와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가 컨설팅 회사 출신인 데다, 사업 발굴·투자 전문가라는 점 때문에 카카오 구조조정에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어발 확장으로 비판받았던 카카오 계열사 매각과 통폐합 과정을 정 대표가 진두지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택시 개선 방안도 공개
한편 독과점 논란을 빚어 온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택시업계와 만남을 갖고 새로운 택시 가맹 수수료 방안에 합의했다. 3~5%였던 실질 수수료율을 2.8% 수준으로 낮추고, 배차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단체와 택시 업계의 발전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는 ‘택시 발전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기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는 대신, 가맹 택시들이 운행 데이터 등을 제공하고 광고·마케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운행 매출의 15~17%를 돌려줬다. 개선안은 수수료율을 2.8%로 일괄 낮추는 식으로 구조를 단순화한 것이다. 또 카카오 캐릭터를 차에 두르는 외관 광고도 상품화해 택시 사업자의 추가 수익 구조를 마련하기로 했다. 배차 시스템도 택시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개선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 단체들이 수수료율과 새로운 배차 시스템에는 동의했지만 복지나 택시 외관 광고 사업 운영자 선정 등의 문제엔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