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 확대에 대비해 중국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말레이시아 기업에 고급 칩 패키징을 맡기고 있다고 로이터가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말레이시아 반도체 패키징 회사에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일부 반도체의 패키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 패키징 공정으로 일부 계약은 이미 합의됐다.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으며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인공지능(AI)이나 수퍼컴퓨터 개발을 통해 군사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에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장비뿐만 아니라 판매에 대한 제한 수위도 높이고 있다. 로이터는 “제재 조치가 심해지고 AI 붐으로 수요가 촉진됨에 따라 소규모 중국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자국내에서 고급 패키징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패키징은 아직 미국의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중국 기업들은 언젠가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이 미리 말레이시아 기업에게 패키징을 맡기면서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인력과 고급 장비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외 시장에서 자사 제품을 더 쉽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밖에서 반도체 공정을 수행하는 것이 이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산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인피니온은 지난 8월 50억 유로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 인텔도 2021년 말레이시아에 70억 달러 규모의 고급 칩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