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반도체 기업들이 고액의 연봉을 내세우며 인력 확보 전쟁에 나섰다. 대만 TSMC라는 거대한 ‘메기’가 등장하면서 일본 반도체 업계가 인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1일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1위인 대만 TSMC는 소니와 덴소와 합작한 구마모토 생산 공장에 17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TSMC의 반도체 공장은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4760억엔(약 4조38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오는 12월 가동을 시작한다. 일본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TSMC는 2022년 대학 졸업자에게 월 28만엔의 초봉을 제공했는데, 이는 해당 지역 평균 월급 약 20만엔보다 40% 높은 수준이다. 오는 3월 일본 전국 대졸 평균 월급 약 22만엔보다도 27% 높다. 고급 반도체 인력을 수급하려는 TSMC의 시도는 일본 내에서 치열한 인재 쟁탈전으로 번지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체 도쿄 일렉트론은 신입 사원 초봉을 약 40% 인상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신입 사원 급여를 인상한 것은 7년 만이다. 다른 반도체 회사들도 임금 인상과 복지 혜택을 앞다퉈 내걸고 있다. 이런 현상은 ‘반도체 부흥’을 목표로 일본 곳곳에서 생산 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TSMC는 일본 내 두 곳에 추가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미국 마이크론도 히로시마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8개 일본 기업이 합작 설립한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는 홋카이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도시바와 키옥시아도 생산 라인을 늘리고 있다. 반면 일본전자정보기술협회에 따르면 일본 주요 반도체 업체 8곳은 앞으로 10년간 4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전망이다.
재팬타임스는 “구마모토 공장 인력 모집 과정에서 TSMC가 내세운 보상은 해당 지역뿐 아니라 전국 다른 지역의 제조업체들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가만히 손 놓고 있다가 TSMC에 인력을 모두 빼앗길 것이란 우려에 앞으로 인력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