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쓰나미(지진해일)를 준비하라(미 IT 매체 와이어드).” “모든 면에서 AI의 해(영국 로이터).”
9일(현지 시각)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 개막을 앞두고 나온 외신 평가다. 개막을 앞둔 라스베이거스 현지 CES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인공지능(AI)이 모든 사물(all things)에 들어가는 시대가 왔다” “AI가 적용되지 않았다면 ‘신제품’이라고 말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올해 CES는 IT 기기가 AI와 결합되는 사물 인공지능, 즉 AIoT(AI of Things)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행사가 될 전망이다. AIoT는 세상 모든 사물(디바이스·device)이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사물인터넷(IoT)의 개념이 AI 기술과 융합해 한 차원 더 발전한 것이다. 미국 포브스는 “사람 몸에 비유하면 IoT는 신경계, AI는 두뇌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AI 혁명을 실감케 한 챗GPT의 등장에 이어, 초소형 신경망 반도체와 AI 기술의 결합을 통해 우리 주변 모든 물건에서 AI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CES에 나서는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은 저마다 AI가 접목된 제품을 간판으로 내세웠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대 투자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를 응용한 AI 비서 ‘코파일럿’을 자사의 윈도 PC·노트북용 운영체제에 탑재하는 내용을 발표한다. MS는 “윈도 탄생 이후 30년 만의 가장 큰 변화”라고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AI와의 초(超)연결’이라는 콘셉트(개념)로 AI를 탑재한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을 선보인다. LG전자는 ‘AI 집사’ 제품을 전격 공개할 예정이다. AI가 말 그대로 우리 주변 모든 제품에 들어간 미래를 엿볼 장이 열린 셈이다.
“집 안이 건조합니다. 가습기를 틀까요?”
머지않아 사람이 “목이 칼칼하다”라고 느끼기도 전에 알아서 습도를 조절해 주는 인공지능(AI) 집사가 등장한다. LG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처음 공개한다. 바퀴가 달린 이 로봇은 자율 주행 기술을 이용, 집 안 곳곳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또 사람 음성과 주변 소리, 이미지를 인식하고 온도·습도 등 집 안 환경과 가전 상태를 스스로 파악, 집 안 내 여러 가전을 스스로 작동한다. 외부인이 침입하거나 반려동물이 화분을 깨뜨리는 등 돌발 상황에도 척척 대응한다. 사람처럼 스스로 판단해 집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수준으로 한 단계 진화한 AIoT 제품이다.
AIoT란 말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세계적 회계 컨설팅 기업 KPMG는 이미 2018년 초보적 개념을 내놨다. 당시에는 AI 기술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트렌드 예상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AI 반도체 등 하드웨어가 급속하게 발전한 데다 모든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손쉽게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챗GPT처럼 인간의 지능에 도전하는 생성형 AI까지 등장하면서 ‘AI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갖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상생활과 산업에 쓰이는 IT를 처음 선보이는 CES 현장에서 AI가 핵심이 된 것이 AIoT 시대가 열렸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AI 노트북’ ‘AI 스마트폰’ 현실화된다
AI는 PC와 노트북·스마트폰 제품에도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됐다. MS는 생성형 AI ‘코파일럿’ 전용 키를 적용한 윈도 11 기반 PC를 이번 CES에서 공개한다. 스페이스바 왼쪽에 배치된 윈도 로고 창문이 그려진 키가 코파일럿 로고로 바뀌고, 이 버튼을 누르면 AI 비서 코파일럿을 부를 수 있다. 파워포인트나 엑셀을 사용할 때 코파일럿 키를 누르면 내용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생성해 붙이거나, 빈칸을 자동으로 채워주는 등 사용자의 작업을 돕는다. 윈도의 기본 키보드 구성이 변경되는 것은 30년 만이다. MS는 “2024년은 AI PC의 해가 될 것이고, 코파일럿 키가 그 시작점”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가 자체 탑재된 차기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한 정보를 CES에서 공개한다. 챗GPT(오픈AI)·바드(구글) 등 AI는 빅테크 서버에서 구동되는 AI와 인터넷 통신이 되어야 AI 사용이 가능했다. AI 반도체를 탑재한 갤럭시 S24는 인터넷 연결 없이 스마트폰 안에서 AI가 구동된다. 삼성전자는 자사 AI(가우스)를 비롯해 다수 빅테크의 AI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AI 스마트폰’의 등장인 셈이다.
◇AI 그릴·자전거·헬멧·벨트… 생활로 들어온 AI
중국 스타트업 유토피아가 내놓은 자전거 ‘퓨전’은 챗GPT와 연결돼 사용자가 음성으로 자전거를 제어할 수 있다. 인도 스타트업 프록시의 ‘AI 스마트 헬멧’은 다양한 센서와 AI 기술을 이용, 이 헬멧을 쓴 사람이 안전 사고에 노출됐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장에서 작업자의 머리 위로 무거운 물건이 지나가거나 유독가스 유출이 감지되면 헬멧이 경고음을 내고, AI가 상황실로 연결해 즉각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홍콩 스타트업 가이디의 ‘AI 가이드 벨트’는 시각장애인 착용자에게 길 안내를 해준다. 벨트에 카메라와 AI가 자체 탑재돼 시각장애인이 길을 잘못 들었을 경우 진동을 통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알려준다. 영국 스타트업 시어그릴스는 ‘미디엄’ ‘레어’ 등 고기 굽기 정도만 선택하면 AI가 고기의 종류와 무게 등을 파악해 알아서 딱 맞는 굽기로 구워주는 AI 그릴 ‘퍼펙타’를 선보인다.
[조선미디어그룹 CES 특별취재팀]
▲조선일보 ▷팀장=정철환 파리 특파원, 조재희·정한국·김성민·임경업·오로라·유지한·이해인 기자
▲TV조선 ▷김지아 기자
▲조선비즈 ▷팀장=설성인 IT부장, 최지희·고성민·권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