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對中) 수출 제한 품목인 AI 반도체가 중국 대학, 기관 등 우회통로를 통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각), 엔비디아의 중국 관련 입찰 서류를 근거로 A100을 비롯해 H100 등 미국 정부가 수출을 금지한 AI 반도체 다수가 중국 대학과 군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보도했다. A100과 H100은 2022년 9월 이후 중국과 홍콩으로 수출이 금지됐고, A800과 H800 칩은 작년 10월부터 대중 수출이 금지된 미국 정부 지정 전략 자산 중 하나다. AI 연산에 특화된 이 반도체의 설계는 미국 엔비디아, 생산은 대만 TSMC가 맡고 홍콩·대만·말레이시아 등 기업들이 중간 유통상을 주로 맡는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명문 칭화대는 규제 이후 가장 많은 AI 반도체를 구매했다. 2022년 금지령 이후 A100을 약 80개 가량 샀다. 중국 대학들은 구체적인 요구 사항도 전했다. 충칭대는 A100 칩 1개에 대한 입찰 진행에서 ‘중고품이 아니고, 반드시 새 제품일 것’이라고 명시했다. 충칭대의 AI 반도체는 이달 배송이 완료된 것이 확인됐다. 구매자 리스트에는 아예 ‘인민해방군’도 있었고, 하얼빈대 등 중국군과의 커넥션으로 미국의 강력한 제재 대상인 대학들도 포함됐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구멍이 확인된 셈이다.
중국이 AI 반도체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 내 AI 반도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챗GPT 수준의 생성 AI 1개 개발 및 운영에 고성능 AI 반도체가 약 3만개 필요하다. 하지만 AI 반도체는 1개 가격이 수천만원이고, 연간 생산량이 수만대에 그쳐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화웨이 등 기술 기업들이 AI 반도체 기술 자체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