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기록한 테슬라의 주가가 25일(현지 시각) 12% 이상 폭락했다. 시가 총액은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밀려 미국 내 9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 대비 12.13% 하락한 182.63달러로 마감했다. 장외 시장에서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앞서 24일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대비 3% 늘어난 매출 251억7000만달러(약 33조6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가(街) 예상 평균치인 256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20억6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7%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8.2%로 전년 동기(16%) 대비 반 토막이 됐다.
미국 CNBC방송은 “투자자들을 가장 우려스럽게 만든 것은 테슬라의 우울한 올해 전망”이라고 전했다. 테슬라는 “차세대 차량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자동차 판매 성장률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사들도 잇따라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낮추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는 테슬라 주가 목표를 기존 300달러에서 297달러로 낮췄고, 투자은행 캐너코드 제뉴이티도 목표치를 267달러에서 234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최소 9개 증권사가 테슬라의 투자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테슬라 시총이 800억달러 증발하면서 한때 미국 대형주를 모아놓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시총 1위였던 테슬라가 일라이릴리에 밀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25일 기준 일라이릴리 시총은 5950억달러, 테슬라의 시총은 5800억달러다. 증권 중개 기업 인터렉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닉스 수석 전략가는 “시장은 큰 흐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한때는 전기차와 테슬라가 그랬다”며 “그러나 현재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인공지능과 체중 감량 약물”이라고 했다. 일라이릴리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에만 주가가 59%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