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미국 IBM의 고성능 양자컴퓨터 ‘퀀텀 시스템 투’가 2028년 부산에 들어온다. 올해 9월에는 IBM의 최신 인공지능(AI) 플랫폼 ‘왓슨x’를 구동하는 용인 AI 센터가 가동된다.

IBM은 최첨단 AI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양자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퀀텀컴퓨팅(KQC)과 협력한다고 30일 밝혔다. KQC가 IBM의 양자컴과 AI 인프라를 한국에 도입하고, 국내 기업들은 KQC를 통해 IBM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 시설이 도입되면 금융과 신약·소재 개발 등 산업 전반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무케시 카레 IBM리서치 부사장은 “한국의 많은 기업이 IBM의 최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양자컴, 산업 전반에 활용 전망

KQC는 2021년 설립된 양자 컴퓨팅 전문 기업이다. 2022년 삼성전자, LG전자, 델타항공, JP모건체이스 등이 참여한 양자 컴퓨팅 커뮤니티 ‘IBM 퀀텀 네트워크’에 한국 양자 연구개발 허브(거점)로 합류했다. 테크 업계에서는 미국 이외의 지역에 양자컴과 AI 인프라가 동시에 구축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인프라 모두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IBM이 한국을 선택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기술 수준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IBM에서는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한국을 양자컴과 AI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최적의 시장으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8년 부산에 구축되는 양자컴 ‘퀀텀 시스템 투’는 학술적 연구가 아닌 산업에 활용된다. 최근 양자컴은 수퍼컴과 비슷한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여전히 R&D 수준에 머물러 있다. 권지훈 KQC 회장은 “금융, 제약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업들이 양자컴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단순히 IBM의 시설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 개발에 맞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했다. KQC는 부산 양자컴의 성능이 1000큐비트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큐비트는 양자컴의 연산 단위로 컴퓨터의 비트에 해당한다. 1000큐비트는 양자컴이 수퍼컴을 뛰어넘어 산업용으로 쓰이기 시작하는 기준으로 평가된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IBM은 지난해 여러 양자컴 모듈을 연결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1000큐비트 이상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양자컴과 기존 컴퓨터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IBM 자체 칩 탑재한 AI센터

AI 센터는 용인에 지어진다. AI 센터에는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IBM의 자체 AI 반도체 AIU(AI유닛)가 수백개씩 탑재된다. AI 센터의 성능은 최근 발표된 세계 상위 500위 수퍼컴 가운데 50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I 인프라와 함께 최신 AI 플랫폼 왓슨x도 제공된다. 왓슨x는 기업의 생성형 AI 개발을 돕는 플랫폼이다. 카레 부사장은 “한국에 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함께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자체 칩을 활용해 왓슨x 구동을 최적화했다”고 말했다. KQC는 “AI 센터는 오는 9월부터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며 “인프라 부족으로 개발이 쉽지 않은 한국형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양자컴과 AI 관련 연구를 하면서 IBM과 구글 등 해외 기업에 직접 접촉해 인프라를 사용해야 했다. 대부분 해외에 있는 클라우드(가상 서버)를 이용했기 때문에 의료·국방 같은 민감한 정보는 활용하기도 어려웠다. AI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면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비용도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