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킨 미국 오픈AI가 15일(현지 시각)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하면 고화질의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AI 서비스를 공개했다. 소라(Sora)라는 이름의 이 서비스는 ‘잠깐 간식을 먹는 시간’ 만에 할리우드나 디즈니 스튜디오들이 수개월 걸려 만들어내는 영상에 버금가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외신들은 ‘영상 제작의 혁명’이라는 찬사와 딥페이크(가짜 동영상)로 인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일반 인공지능(AGI)에 더 가까워진 AI

오픈AI는 이날 “우리는 AI가 움직이는 물리적 세상을 이해하도록 가르쳐왔고, 그 결과로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시각적 품질을 유지하며 최대 1분 길이 비디오를 생성하는 ‘소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일본어로 ‘하늘(空)’을 뜻하는 소라의 명칭에 대해 오픈AI는 “무한한 잠재력을 의미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실리콘밸리 빅테크는 물론 국내외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동영상 생성 AI를 내놓았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뉴스를 읽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없는 모션을 만들어내는 수준이었고 영상 길이도 수초 정도였다.

15일(현지 시각)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AI) ‘소라’가 만들어낸 동영상들. 각각 AI에 ‘잘 차려입은 여성이 불빛이 가득한 도쿄 거리를 거닐고 있다’(위), ‘털이 북슬북슬한 몬스터가 촛불을 구경하는 3D 애니메이션’(가운데), ‘우주비행사가 소금 사막을 거닐고 있는 모습을 35㎜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의 예고편’(아래)이라는 명령어를 넣어 나온 결과물이다. /오픈AI

하지만 오픈AI가 공개한 소라의 결과물은 인물의 동작이 현실과 구분이 어려웠고, 시시각각 변하는 배경은 자연스러웠으며 사람이 계획해 촬영을 진행한 것처럼 구도까지 다양했다. AI 전문가들은 “동영상 생성은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보다 훨씬 어렵고 까다로운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한두 줄의 명령어에 따라 완성형 비디오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과 시간의 흐름까지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다. 창작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오픈AI가 모든 곳에 활용할 수 있는 일반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의 개발에 보다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오픈AI는 녹는 촛불을 바라보고 있는 털복숭이 괴물을 주제로 한 영상을 비롯해 샘플 수십 편을 공개했다. IT매체 와이어드는 “픽사는 괴물이 움직일 때 털의 정교한 움직임과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대규모 애니메이터들을 동원하고도 수개월이 필요했다”며 “하지만 AI는 같은 작업을 순식간에 해냈다”고 했다.

이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X에서 네티즌들이 제시한 명령어로 동영상을 생성해주는 깜짝 소통을 진행했다. ‘동물원을 견학하라’는 짧은 명령어로 제작된 영상에선 동물원 표지판을 크게 찍고, 각 동물들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로 담아내는 영화적인 카메라 워킹을 자연스럽게 구현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팔로어(2억명)를 지니고 있는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는 올트먼의 게시물에 “샘, 제발 저를 홈리스로 만들지 말아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다만 오픈AI는 소라의 모델에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누군가 쿠키를 한입 물었지만 물린 자국이 없는 등 복잡한 장면의 물리학적 구성을 정확하게 도출하는 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딥페이크·저작권 문제는 여전

소라의 출현에 현실과 가짜를 분간하기 어려운 ‘딥페이크’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는 “소라는 현실감이란 개념에 거대한 엿(Fuck)을 날리는 서비스”라고 썼다. 오픈AI는 제품의 안전성 테스트를 위해 소라를 당분간 일부 영화·애니메이션 제작자와 딥페이크를 적발하는 전문 인력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또 “극단적인 폭력이나 혐오스러운 이미지, 또는 특정 인물의 초상을 요청하는 명령어는 거부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모든 비디오는 표시되기 전 각종 안전 정책을 준수하는지 확인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AI 생성 작품임을 알리는 ‘워터마크’등을 소라의 제품에 모두 삽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워터마크가 인위적으로 지워질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현실과 비슷한 영상 구도·캐릭터 외모 등이 향후 저작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는 AI가 어디서 구한 어떤 영상을 얼마나 많이 학습했는지를 밝히지 않는다”며 “이 회사는 저서나 뉴스 콘텐츠 등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이미 수차례 고소를 당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