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이달부터 자사 홈페이지에서 LCD가 아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노트북 ‘LG그램 프로’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가전 양판점이나 온라인 오픈마켓에는 없는 ‘닷컴 온리’ 제품이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일체형처럼 쌓은 ‘워시타워’,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간편한 TV ‘스탠바이미’도 일부 기능과 색상을 차별화해 LG닷컴에서만 판매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닷컴 판매를 강화한 결과 올 1월 LG전자에서 판매한 노트북 중 닷컴 판매 비율이 역대 최대인 13%로 나타났다”고 했다.

가전 업계가 공식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와의 직접 거래) 전략을 일제히 강화하고 있다. 양판점에서 여러 물건을 비교해가며 제품을 사는 소비 방식이 ‘브랜드’를 먼저 선택하고 제품을 고르는 트렌드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테슬라 같은 글로벌 제조사들이 딜러나 통신 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것도 D2C 전략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강신봉 요기요 대표를 D2C센터장(부사장)으로, LG전자는 이달 11번가에서 근무했던 디지털 커머스 전문가 이영민 상무를 D2C 사업그룹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온라인 시장에 강점을 가진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D2C 핵심은 단독 제품과 혜택

가전 업체들의 온라인몰 강화 전략의 핵심은 전용 제품이다. D2C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공식몰을 통해 고객이 직접 운동화의 소재, 디자인에 들어가는 색상을 고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니셜을 넣을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만들어 큰 호응을 끌었다. 고객들이 공식 사이트에 접속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를 만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와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등을 삼성닷컴의 얼굴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S24 시리즈의 경우 티타늄 그린 등 일부 색상은 삼성닷컴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1일에는 판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인 ‘쌍둥바오’를 모티브로 한 갤럭시 버즈2 특별 패키지를 내놓는다. 삼성닷컴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가 오프라인 매장인 삼성스토어를 포함한 자체 유통 채널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한 매출은 지난 2022년 3조4463억원으로 국내 가전 유통 부문 1위 롯데하이마트(3조3368억원)를 뛰어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닷컴 전용 제품을 개발하면 소비자를 공식몰로 유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 지급하는 수수료나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빠른 배송이나 큰 폭의 할인율을 공식몰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곳도 있다. LG전자는 TV 등 일부 대형 가전 제품에 대해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배송과 설치까지 해준다. 쿠쿠나 쿠첸 같은 중견 가전기업은 공식몰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며 큰 폭의 할인율을 제공한다. 쿠쿠는 지난해 자체 몰 회원 수 100만명을 넘겼다.

D2C 전략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붙잡아둔 채 지속적인 소비를 유발할 수 있는 ‘록인(Lock-in·자물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식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추후 구매에 쓸 수 있는 포인트나 쿠폰을 제공하면서 다음 방문을 유도하는 식이다.

◇고객 데이터까지 잡아라

가전 업체들의 D2C 전략에는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양판점이나 오픈마켓 같은 다른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 고객의 성별이나 연령대별 구매 패턴을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용이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D2C 판매로 얻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별, 나이대, 지역 등을 세분화해 신제품을 기획하거나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고객의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해 시기별 필요한 제품을 맞춤형으로 제안하는 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제품 기획과 개발, 유통과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경험하면서 고객에 대한 기업의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도 D2C 전략의 장점으로 꼽힌다”고 했다.